라. 한전작물의 파종법
≪제민요술≫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중국농업에서의 한전 파종법은 주로 봄철 高田에 조(穀)를 파종할 때의 樓種法, 여름에 고전에 삼을 파종할 때의 樓構漫擲法, 夏田에 麥과 밭벼(旱稻)를 파종할 때의 逐犁掩種法 등의 세 가지 파종법이 사용되었다.192) 이들 세 기술은 모두 극심한 봄가뭄으로부터 종자 發芽를 보증하고 토양의 保濕을 유지하며 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한 파종법이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또 이들 기술은 모두 기본적으로 畎種法적 성격을 견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그에 비해 주로≪농사직설≫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는 조선 전기 한전작물의 파종법은 매우 다양하였다. 그 파종법은 크게 나누어 足種法·條播法·撒播法의 세 형태로 구별되었다. 먼저 족종법은 종자에 대해서만 시비를 행하고, 파종 즉시 좌우의 발로써 覆土하여 발아를 보증하는 방법이었는데, 이 때 종자는 두둑(壟) 위에 파종되었음이 분명하다. 결국 이 파종법은 점파법으로 苗 위에 종자를 파종하였다는 점에서 壟種法이라고 하겠다. 이 방법으로는 습기를 싫어하는 기장·조·피 등의 주곡작물과 콩·팥 등이 파종되었다.
당시 가장 널리 사용된 파종법은 바로 조파법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조파법에는 下種·撒種·撒擲·擲種·均撒 등의 용어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중국 화북농법과 연결되는 노동절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조파법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제민요술≫과 같은 견종법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에서 화북농업의 파종법과 기본적으로 일치된다. 이는 곧≪농사직설≫에 실려 있는 조선 전기의 농업기술 수준이 수도작과 일부 足種된 작물을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의 작물들에 있어 노동생산성에 기초한 조방적인 것이었음을 웅변해주는 것이었다. 그러한 성격은 녹비로 파종된 녹두·참깨·팥의 파종에서도 나타난다. 또한 조선 전기의 조파법에서는 화전법과도 연결되는 극히 조방적인 성격도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하다.193)
한편 가장 조방적인 파종법인 살파법은 주로 후작을 위한 지력회복의 역할을 하였는데 ‘稀種’·‘播撒’·‘種’ 등의 용어로 표기되었다. 살파법은 중국의 경우 조밭에 綠肥用의 녹두나 사료작물을 파종할 때 사용한 漫擲法과 같은 극히 조방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조방적인 파종법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麥畎種法의 심화와 代田法의 도입 등으로 집약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