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대형화기
대형화기의 종류에는 天字銃筒·地字銃筒·玄字銃筒·黃字銃筒·別黃字銃筒·완구 등이 있었다. 이 시기의 대형화기들은 외형상 크게 두 번 바뀌었는데 첫번째는 1555년부터 1599년 사이에 제작된 총통들로 세종 때의 총통(제1세대 총통)들과 같이 마디가 대마디처럼 단순하게 생긴 단순 마디형인 제2세대 총통과, 1600년부터 1668년 사이에 제작된 총통들로 띠위에 마디를 올려놓은 마디띠형의 제3세대 총통으로 나눌 수 있다.
천자총통에는 中藥線 한오리를 쓰며 화약은 30냥을 사용한다. 격목의 길이는 8촌이고 발사물로는 대장군전을 쓰는데 그 무게는 56근 3냥이며 사정거리는 900보였다388)는 기록이 있다. 위 기록을 보면 천자총통에 사용한 격목의 길이는 8촌으로 세종 때 장군화통의 격목 길이 3촌 7푼 7리보다 길므로 세종 때의 장군화통보다는 큰 규모로 보인다. 현재 유물로 남아 있는 천자총통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은 명종 10년(1555) 10월에 주조된 제2세대 총통이다.
이 천자총통의 길이는 129㎝, 부리의 안지름이 13㎝, 바깥지름이 22.5㎝, 무게 296㎏으로 청동으로 만든 총통이다. 마디는 세종 때의 총통처럼 원통형 총통의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형태로 10개의 마디가 있다. 손잡이는 2개가 있으며 격목통 부근에 마디 두 개가 서로 붙어 있는 것과 약통부분에도 마디가 있는 것이 세종 때의 총통과는 다른 제2세대 대형총통의 특징이다. 이 천자총통은 30량의 화약을 사용하여 무게 56근 3량짜리 대장군전을 900보 가량 보낼 수 있는 성능이며, 때로는 납으로 만든 탄환 100개를 장전하여 동시에 발사할 수도 있었다.
아산 현충사의 천자총통은 청동제 제3세대 천자총통으로 전체 길이는 136㎝, 부리의 안지름은 11.8㎝, 바깥지름은 24㎝이다. 위에는 2개의 손잡이가 있으며, 명종 때의 2세대 천자총통과는 달리 약통부분에는 마디가 없고 다만 격목통이나 부리 부분보다 직경이 크게 제조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총통은 조선 후기까지 계속된다.
지자총통은 천자총통 다음으로 큰 대형 총통으로, 중약선 한오리를 쓰는데 화약은 20량이고 土隔의 두께는 3寸이고, 새알같은 철환 200개를 장전하여 쓰며, 혹시 장군전을 쓸 때에는 격목이 6촌인데 장군전의 무게는 29근 8냥으로 800보를 날아갔다.389)
현존하는 지자총통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육군박물관에 소장된 지자총통(보물 862호)으로서 명종(1557) 12년 3월에 주조된 것과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있는 지자총통이다. 육군박물관의 지자총통과 동아대학교의 지자총통은 크기와 형태가 똑같은 제2세대 총통이며 크기는 전체길이 89.5㎝, 부리의 안지름이 10.5㎝, 바깥지름이 15.5㎝이다. 마디는 전부 10개인데 약통을 시작하는 곳에 2개의 쌍마디가 있고 약통에도 2개의 마디가 있으며, 부리와 격목통에 모두 6개의 마디가 있다. 무게는 73㎏이며 청동으로 주조되었다.
현자총통은 천자와 지자총통 다음으로 큰 포이다. 현자총통은 중약선 반오리를 사용했으며, 한 번 발사에 쓰이는 화약은 4냥이었다. 발사물은 次大箭이나 隱藏次中箭·鐵丸의 3종류를 사용하였는데, 차대전을 쏠 때는 4촌짜리 격목을 쓰며, 사정거리는 800보였다. 작은 철환을 쏠 때는 길이 2촌의 토격을, 은장차중전을 쏠 때는 3촌짜리 격목을 썼는데 사정거리는 1,500보였다.390)
≪화기도감의궤≫의 현자총통(<그림 1>)은 세종 때의 총통과 모양이 비슷하다. 크기도 일총통의 길이가 2척 3촌 9푼 3리인데, 현자총통의 길이는 2척 3촌 5푼으로 비슷한 크기이다. 그러나 무게는 일총통이 41근 8냥인데 비하여 현자총통이 70근으로 일총통보다는 부리의 직경이 더 길고 무게가 무거운 총통으로 추정된다.
≪화기도감의궤≫의 현자총통과 비슷한 총통은 진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제2세대 현자총통이다. 이 총통은 1983년 8월 거제도 고현 앞바다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현자총통은 임진왜란 중인 선조 29년(1596) 7월 청동으로 주조된 것으로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현자총통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길이는 79㎝, 부리의 안지름은 7.5㎝, 바깥지름 13.5㎝이다. 부리와 약통 사이의 마디는 모두 8개이며 한 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황자총통은 현자총통 다음의 대형 총통(포)으로, 사용하는 약선은 중약선 반오리이며, 화약은 3냥을 사용했고 격목의 길이는 3촌이다. 발사물은 화살과 탄환의 두 종류를 사용할 수 있는데, 화살은 가죽날개를 붙인 次中箭이나 皮翎次中箭이며 사정거리는 1,100보였다. 탄환은 철로 만든 철환이며, 격목 대신 토격을 쓰는데 토격의 두께는 1촌 5푼이며 한번에 장전하는 탄환의 개수는 40개이다.391)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황자총통 중 제2세대 총통은 육군박물관의 황자총통뿐인데 선조 20년에 주조된 것이다.
별황자총통은 황자총통을 개량하여 총통의 약통 뒤에 손잡이를 부착시키고 총통의 무게중심 근처에 正鐵을 받을 수 있도록 격목통의 양쪽에 돌기가 있다. 정철은 다시 삼각다리와 결합시켜 배의 갑판 등에 고정하여 상·하·좌·우로 쉽게 조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별황자총통은 중약선 반오리이며, 화약은 황자총통보다 1냥 많은 4냥을 충전했으며, 발사물은 철환이나 가죽 날개를 단 皮翎木箭을 사용하였다. 철환을 쓸 때는 40개의 철환을 장전하였고 피령목전을 쓸 때 사정거리는 1,000보였다.392)
현재 육군박물관과 진주박물관에 한 개씩 남아 있는 2기의 별황자총통은 형태상 제3세대이며 명문에는 모두 己酉年(1609)에 제작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크기는 길이가 89.2㎝, 부리의 안지름은 5.9㎝이다. 구조는 크게 발사물을 끼우는 부리, 토격이나 격목을 박는 격목통, 화약을 넣는 약통, 발사각도나 방향을 조절할 때 잡는 柄鐵 등으로 되어 있으며 외견상으로는 죽절부분·무죽절부분·병철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