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향악의 악조개관
고려 향악의 평조와 계면조는≪시용향악보≫나≪대악후보≫등의 고악보에 의거해서 논의되었을 뿐이지, 두 악조만이 고려 향악에 사용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거문고의 경우에 嗺子調·啄木調·憂息調, 또 가야금의 嬾竹調와 河臨調가 세종 12년(1430) 당시에 이미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530) 성종대의≪악학궤범≫에서도 언급되었다.531)
우식조로도 불리우는 거문고의 최자조는 淸太簇를 중심음으로 삼은 계면조 旋法의 악조명이고, 역시 거문고의 탁목조는 淸黃鍾을 중심음으로 삼은 평조 선법임이 드러났다.532) 가야고의 하림조는 淸姑洗를 중심으로 삼은 평조 선법 또는 청대주를 중심음으로 삼은 계면조 선법의 두 의미를 지닌 악조명이라고 지적된 바 있다.533) 이러한 악조들이 고려 및 조선초의 향악에서 사용되었던 실례들이다.
조선초 향악의 악조는 중심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調(key) 및 음계(scale)의 구조적 특징을 나타내는 선법(mode)의 두 의미를 그 개념 속에 포함하고 있다. 최자조·우식조·탁목조·하림조와 같은 향악의 악조명들은 조와 선법의 의미를 모두 지닌 명칭들이었다. 그러나 평조와 계면조는 선법의 뜻만을 나타내는 악조명이었다. 이렇듯 조선초의 악조명은 두 갈래로 구분될 수 있었으니, 하나는 선법의 뜻만을 나타내는 악조명이었고, 다른 하나는 선법과 조의 의미를 나타내는 악조명이었다.
향악의 악조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조선초에 이르러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대체로 향악 악조의 선법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중국의 악조이론에 의거했지만, 중심음의 높낮이에 관련된 조에 대한 설명은 조선초에 사용되었던 우리말에 근거했다. 평조와 계면조 선법은 중국 5조의 徵調와 羽調에 의거해서 설명되었으나, 조는 우리말에 근거를 둔 七調로 설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