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향악의 음계·선법·조

　악조라는 말은 악곡의 음조직과 관련된 음악용어이다. 음조직의 골격은 한 옥타브 안의 음들을 차례로 배열한 음계이고, 음계의 음 기능과 관련된 용어가 바로 旋法이다. 어떤 선법에서 중심음의 높낮이와 관련된 음악용어가 調이다. 그러므로 악조는 음계·선법·조와 모두 관련된 복합적 의미의 음악용어인데, 그 말은≪악학궤범≫에서도 이미 사용되었다.

　고려 향악의 음계가 5음음계였듯이, 조선초 향악의 음계도 5음음계였다. 향악의 5음음계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세조실록악보≫와≪악학궤범≫에 전한다.≪세조실록악보≫에 의하면, 향악의 평조와 계면조에 대한 설명이 五音略譜와 더불어 전개되었다.534)≪악학궤범≫에 전하는 5음음계에 대한 이론적 설명의 내용은 이렇다. 아악의 1균은 궁·상·각·변치·치·우·변궁의 7음으로 되었지만, 향악의 1균은 변치·변궁의 2음을 뺀 5음만을 쓴다.535)≪시용향악보≫와≪대악후보≫에 전하는 조선초 향악곡의 음계를 정리해보면, 다음의＜표 6＞과 같다.

　향악의 5음음계를 바탕으로 삼은 조선초의 평조와 계면조도 고려의 전통을 그대로 전승하였다. 먼저 두 선법이 어느 고악보의 어떤 악조에서 사용되었는지를 알기 쉽게 정리하면 다음의＜표 7＞과 같다.

　평조는 중국 5조의 徵調와 같고, 계면조는 중국 5조의 羽調와 같다고≪세조실록악보≫및≪악학궤범≫에서 이론적으로 설명하였다. 중국의 치조와 같다는 평조 선법은 양악의 솔페지오로 솔(sol)선법으로 이해하면 쉽고, 중국의 우조로 설명된 계면조 선법은 라(la)선법으로 이해하면 알기가 쉽다.＜표 8＞에 예시되었듯이, 평조 선법은 중심음으로부터 장2도＋단3도＋장2도＋장2도＋단3도의 음정관계로 되었지만, 계면조 선법은 단3도＋장2도＋장2도＋단3도＋장2도의 음정관계로 구성되었다.

　중심음의 높낮이와 관련된 조의 개념은 고려 향악의 악조이론에서는 명시되지 않고 선법명과 함께 조명이 사용되었으니, 최자조·탁목조·우식조·하림조가 그 실례이다. 그러나 선초의 악조이론에서는 조의 개념이 선법과 분리되어 따로 설명되었으니,≪악학궤범≫의 7조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악조총의를 상고하건대, 율려신서에 의하면 12율이 돌아가며 각각 궁이 되고, 또 12율이 각각 5조가 되므로, 모두 60조가 된다. 지금 아악 역시 12율의 궁을 쓴다. 그러나 속악은 다만 7조만 쓴다. 즉 협종과 고선 두 음이 모두 궁인 것이 一指이다. 중려와 유빈 두 음이 모두 중심음인 것은 二指이고, 임종 한 음이 중심음인 것은 三指이다. 이칙과 남려 두 음이 중심음인 것은 四指인데, 속칭 횡지이다. 무역과 응종 두 음이 중심음인 것은 五指인데, 속칭 우조라고 한다. 청황종 한 음이 중심음인 것은 六指인데, 속칭 팔조라고 부른다. 청대려와 청대주 두 음이 모두 중심음인 것은 七指인데, 속칭 막조라고 부른다(≪樂學軌範≫권 1).

　선초 향악의 7조는 一指·二指·三指·四指·五指·六指·七指인데, 4지의 속칭은 橫指였고, 5지의 속칭은 羽調였으며, 6지의 속칭은 八調, 7지의 속칭은 邈調였다. 1지의 중심음은 협종·고선이었고, 2지는 중려·유빈이었으며, 3지는 임종이었다. 4지(橫指)의 중심음은 이칙·남려였고, 5지(羽調)는 무역·응종이었으며, 6지(八調)는 청황종이었고, 7지(邈調)는 청태주였다. 향악기의 조현법에 의하면 1지는 고선궁, 2지는 중려궁, 3지는 임종궁, 횡지는 남려궁, 우조는 응종궁, 팔조는 청황종궁, 막조는 청태주궁으로 설명되었다.536)

　위의＜표 9＞에 의하면 향악 7조는 중심음의 높낮이에 따라서 두 갈래로 구분되는데, 樂始調와 羽調가 그것이다. 낙시조는 1지·2지·3지·4지(橫指) 네 조의 총칭인데, 낮은 조라는 뜻의 조명이다. 우조는 4지(橫指)·5지(羽調)·6지(八調)·7지(邈調) 등 네 조의 총칭으로, 높은 조의 의미를 지닌 조명이다. 다시 말해서 낙시조는 협종에서 남려까지의 낮은 음을 중심으로 삼은 네 악조의 조명이었고, 우조는 남려에서 청태주까지의 높은 음을 중심음으로 삼은 네 악조의 조명이었다. 조명으로서의 우조는 두 가지로 사용되었는데, 하나는 5지의 속칭으로 사용된 조명이었고, 다른 하나는 낙시조의 대칭으로 사용된 조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