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블라디보스톡

　국내에서 3·1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연해주 지역 동포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또한 기독교 청년회석상에서 金河球가 이를 설명하고, 재지 친일파인사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고, 신한촌에 조선이 독립했다는 벽보가 붙었으며, 3월 10일 궐기한다는 소문에 일제는 경계를 강화했다.

　블라디보스톡에서는 3월 15일에 있을 시내 만세시위에 쓸 태극기를 준비 중이며, 독립만세를 절규하는 시위계획을 위하여 前 민회장 金秉洽이 대로상에서 시위운동에 관해 열렬한 연설을 했다.

　1919년 3월 13일 간도 용정촌에서 대규모 독립선언식을 거행하고 시가행진을 전개하다 중국 관헌의 총격으로 13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일어났다.659)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원래 3월 15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을 만방에 선전하는 한편, 자동차 20여 대에 부녀자를 싣고 이를 선두로 하여 시중을 행진하는 등 일대 시위운동을 계획하고 준비를 진행해 갔다. 14일 각 집에 태극기를 배부하면서 5루불씩을 거두었으며, 블라디보스톡에서는 학생, 그밖의 청년 1,000명을 간도로 보내 그곳 청년단 8,000∼9,000명과 회합하여 국내진입을 계획하고 있었다.660) 니콜리스크에서는 각 지방대표자를 소집하여 국민의회를 조직하고 있었다.661)

　블라디보스톡에서 3월 15일 거행하려던 독립 시위운동은 러시아문과 영문 선언서 작성이 지연되고, 이곳이 계엄령 시행지역으로서 운동전개시 엄중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위구심이 있었고 또한 최근 러시아 관헌으로부터 新韓村 民會의 폐쇄명령을 받았고, 러시아 요새 사령관에 시위운동과 각국 영사관에 선언서를 배부할 것을 출원한 것에 대해 집회허락을 받지 못하였으며, 국교를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엄금할 것이라는 반응으로 인해 15일 실행계획을 일단 보류하고, 니콜리스크와 같이 계엄령이 시행되지 않는 지역에서 이 운동을 전개할 것을 검토하게 되었다.662)

　니콜리스크 韓民會長 文昌範은 이번의 독립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전부터 부지런히 활동하여 20만 루불을 모았다. 돈을 내는 사람들도 상당히 열심이며 가난한 자들도 기부하지 않는 자가 없어 거의 전 조선인들이 이에 호응하는 상황이었다.663)

　3월 17일 오후 4시 조선인 2명이 블라디보스톡 일본 총영사관에 露文과 한글로 된 선언서를 일본정부에 전달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문서와 함께 전달하였다.

　이 대한국민의회 선언서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3월 17일 오전 니콜리스크, 오후에 블라디보스톡에서 발표된 것이며,＜조선독립선언서＞라는 제목과 조선(대한)국민의회 회장 문창범, 부회장 金喆訓, 서기 吳昌煥 등의 명의로 되어 있고, 당일 일본 및 각국 영사관과 러시아 관청에 전달된 선언서였다. 한글·중문·러시아문 3종으로 되어 선언서 끝 부분에 “니콜리스크·우수리스키에서”로 발표장소가 명기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3월 17일 블라디보스톡 또는 그 후에 노령 각지와 훈춘지역 등 중국지역에서 독립선언과 시위운동 과정에서 발표된 것으로 일본어(번역)·국한문·순한글의 3종이 있고, 끝에 5개항의 결의안이 붙어 있다. 전자는 일본 정부에 대하여 한국 독립승인의 최후통첩을 발하는 형식이며, 후자는 이에 대한 회답이 없을 경우 영구적 대일혈전을 선언하는 것이다.664)

　3월 17일 오후 5시 블라디보스톡 신한촌에서는 집집마다 일제히 태극기가 게양되었다. 이날 국민의회 회장 문창범은 니콜리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와서 곧 운동에 착수하여 11개국의 영사관과 러시아 관청에 선언서를 배포하고, 오후 6시부터 학생 등은 수 대의 자동차에 분승하여 태극기를 흔들며 시중을 누비고 다녔다.665)

　계엄령하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일본 총영사관은 러시아 요새사령관과 연해주 장관에게 이의 단속을 요구하였다. 오후 7시, 러시아 관헌은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금지하고 학생 2명을 구인하였다며, 신한촌 각 집에 걸린 태극기를 모두 끌어내리게 했다. 이튿날 조선인 노동자들이 모두 휴업을 하고 신한촌에 모였다.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