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일제강점기의 배움과 가르침1. 식민지 교육 정책의 변화

제3차 조선 교육령(1938∼1942)

1938년 미나미(南次郞) 총독은 제3차 조선 교육령 개정에 즈음하여 국체명징(國體明徵)·내선일체(內鮮一體)·인고단련(忍苦鍛鍊)의 3대 요소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황국 신민 서사(皇國臣民誓詞)’를 발표하였고, 1938년 3월 3일 제3차 조선 교육령이 이 토대 위에서 제정되었다. 제3차 조선 교육령의 중요한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명을 일본인 학교와 동일하게 바꾸어 제도상으로는 일본인과 차별을 철폐하였으나, 일본인이 사립학교의 교장이나 교무주임을 하는 방침이었다. 둘째, 교육 목적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일본어, 일본사, 수신, 체육 등의 교과를 강화하였다. 셋째, 사립 중학교의 설립을 금지하였으며, 학교에서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였다.

<국체명징>   
1939년 목도 공립 심상 소학교 졸업 기념 사진이다. 뒤로 제3차 조선 교육령의 토대가 되는 국체명징, 내선일체, 인고단련이라고 쓴 푯말이 보인다.

제3차 조선 교육령에서 소학교의 교육 목적은 “아동 신체의 건전한 발달을 유의하여 국민 도덕을 함양하고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보통의 지식을 얻게 함으로써 충량한 황국 신민을 육성”하는 데 있었다. 기존에는 일본어 보급이 보통학교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으나 제3차 조선 교육령 시기에 이르러서는 일본어 보급이 어느 정도 진전된 것으로 보고 차원을 높여 ‘충량한 황국 신민 육성’을 교육 목표로 삼은 것이다.

소학교를 심상 소학교와 고등 소학교로 나누고, 심상 소학교의 수업 연한은 6년으로 정하였으나 지방의 형편에 따라 4년제의 심상 소학교를 설치할 수 있게 하여 결국 명칭만 바꾸어 존속하게 하였다. 고등 소학교의 수업 연한은 2년으로 정하였으나 3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규정하였다.

중학교의 교육 목적은 “남자에게 필요한 고등 보통교육을 실시하고 특히 국민 도덕을 함양함으로써 충량유위(忠良有爲)한 황국 신민의 양성에 주력”하는 데 있었다. 이전의 조선 교육령 시행기와 다른 점은 ‘덕유(德有)’를 ‘국민 도덕’으로, ‘국민으로서의 성격’을 ‘충량유위한 황국 신민’으로 구체화한 점이다. 중학교의 수업 연한은 이전 고등 보통학교와 같이 5년으로 하였고, 수업 연한 1년 이하의 보습과를 둘 수 있도록 하였으며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 수업 연한 2년의 예과(豫科)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제3차 조선 교육령기의 심상 소학교>   
1939년에 촬영한 목도 공립 심상 소학교 전경이다. 심상 소학교의 수업 연한은 6년이었으나 지방 형편에 따라 4년제도 있었다.

사범학교의 교육 목적은 ‘덕성의 함양에 힘써 소학교 교원이 되는 자를 양성’하는 데 두어 황민화(皇民化)의 선봉으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일을 다 하게 하는 데에 있었다. 사범학교 교육에서 ‘황국 신민 된 교육자 정신’, ‘덕성 함양’, ‘일본어 교육의 철저’ 등이 강조되었는데, 이것은 장차 황민화 교육에서 아동을 교수하는 선봉장 노릇에 비중을 두려 한 것이었다. 사범학교의 남자 수업 연한은 7년이며 보습과 5년, 연습과(演習科) 2년으로 하였다. 여자는 수업 연한 6년이며 보통과는 1년을 단축시켰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심상과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수업 연한은 5년이 기본이지만 여자는 1년을 단축하여 4년으로 하였다. 이 외에도 연구과(硏究科)와 강습과(講習科)를 둘 수 있게 하였다.

<『고등 소학 국사』>   
소학교 고학년 일본사 교과서이다. 제3차 조선 교육령기에는 소학교 고학년에게 일본의 역사와 지리를 가르쳤고, 한국의 역사와 지리는 교육 과정에서 없앴다.
<『고등 소학 국사』>   

이 시기 일제는 모든 학교에서 ‘황국 신민다운 성격의 함양’이라는 전제 아래 일본어를 철저하게 가르치도록 강제하였다. 교과 내용은 일본의 역사, 일본식 도덕, 일본의 시설 그리고 일본의 우월성에 관한 것으로 한국인 학생에게 황국 신민 의식을 심어 주려고 하였다. 그나마 있던 조선어 교과는 수의 과목으로 격하되고, 수업 시수도 대폭 줄여 조선어 교육은 교육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육 내용도 간단하고 실용적이며 일상적인 한국어를 고식적(姑息的)으로 교수하게 하였다.

소학교에서의 일본어 교육은 기존의 단순한 문자 이해 수준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문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층 더 강화되었다. 역사와 지리 과목에서도 소학교 고학년에 일본사 교과와 지리 교과를 설정하고, 중등학교에는 역사 교과와 지리 교과를 설정하여 일본의 역사와 지리를 교수함으로써 일본의 실체를 어릴 때부터 이해하도록 하는 한편, 한국의 역사와 지리 교과는 각급 학교의 교육 과정에서 삭제하여 조선인의 역사 의식과 민족 의식을 말살하려 하였다. 특히, 소학교의 조선사 교육은 이전에 일본사 교육의 일부로 편입되어 ‘조선의 변천에 관한 사적(史蹟)의 대요(大要)’만으로 한정된 것에서 제3차 조선 교육령 시행기에는 아예 삭제됨으로써 동화 교육의 한 방법으로 시행해 오던 왜곡된 한국사 일부의 교수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중학교에서 일본어는 ‘일본어를 통한 일본 문화의 이해와 일본 국민성 함양’을 목적으로 하였고, 조선어를 필수 과목에서 수의 과목으로 돌리는 한편, 교과 목표조차 제시하지 않고, ‘강독, 작문, 문법을 교수할 수 있으나 일본어와 관련지어 교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일본어와 더불어 일본사, 수신, 체조 등의 교과를 강화하였다.

<표> 중학교 학년별·과목별 매주 수업 시수(1938)
교과목
학년
수신 공민과 일본어
한문
조선어 역사
지리
외국어 수학 이과 실업 도화 음악 체조 총 시간수
1 2   7 2 3 5 3 3 2 1 1 5 34
2 2   7 2 3 5 3 3 2 1 1 5 34
3 2   6 1 3 6 5 3 2 1 1 5 35
4 1 2 5 1 3 5 5 4 2 1 1 5 35
5 1 2 5 1 3 5 4 4 3 1 1 5 36
8 4 30 7 15 26 20 17 11 5 5 25 173
[필자] 김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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