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

시루[甑]는 음식물을 쪄서 익히던 그릇으로 바닥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몸체에는 한 쌍의 띠고리손잡이가 부착되어 있다. 시루 역시 음식물을 조리하던 실용기지만 5세기 전반경까지는 고분에 부장되기도 한다. 이미 고구려 초기부터 시루가 등장하지만 4세기 말까지는 형태가 정형화되지 않으며, 바닥의 구멍도 작은 구멍이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다. 5세기 중반 이후의 시루는 형태도 정형화되었지만 시루의 기능을 좌우하는 바닥의 구멍에 있어서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된다.
즉, 가운데에 지름 3㎝ 내외의 원형 구멍을 중심으로 같은 크기의 구멍 6개를 배치하며, 6세기 전반경에는 가운데 하나의 구멍을 중심으로 네 개의 구멍이 배치된다. 6세기 후반경에는 가운데 하나의 원형 구멍을 중심으로 주변에 네 개의 구멍을 배치하지만 주변의 구멍은 타원형으로 변하는데, 오늘날 민가에서 사용하는 시루와 유사한 형태이다. 안악 3호분의 부엌에는 시루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당시 사람들이 음식을 쪄서 먹었으며, 시루가 주요한 조리 용구였음을 알 수 있다.
[필자]
최종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