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조선 시대35권 조선 후기의 문화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2. 실학의 발전3) 실학의 연구과정과 성격(1) 연구의 전개과정에 대한 검토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Ⅱ. 한민족의 기원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Ⅱ.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Ⅱ. 중앙 정치구조
      • Ⅲ. 지방 통치체제
      • Ⅳ. 군사조직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1. 성리학
          • 2) 인물성논쟁의 쟁점과 전개
          • 3) 경학의 심화
          • 4) 의리론의 전개
          • 5) 유기론과 유리론의 대두와 쟁점
        • 2. 양명학
          • 1) 양명학의 이해
        • 3. 천주교의 수용과 전파
          • 1) 천주학과 보유론적 천주신앙
          • 2) 천주신앙 실천과 초기교회의 발전
          • 3) 천주교박해와 지하교회로의 발전
          • 4) 역사적 변인으로서의 조선천주교
        • 4. 불교계의 동향
          • 1) 승단내의 수학경향
          • 5) 국가적 활동
        • 5. 민간신앙
          • 1) 도교·도참신앙
          • 2) 기타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1. 학술의 진흥
          • 3) 규장각의 학술활동
            • (1) 설치와 조직
            • (2) 학술활동
        • 2. 실학의 발전
          • 1) 실학사상의 성립
            • (1) 실학개념의 정립
            • (2) 실학사상의 형성 배경
          • 2) 실학사상의 전개
            • (2) 정치개혁론
            • (3) 대외인식과 역사관의 변화
            • (4) 경제·사회사상의 특성
          • 3) 실학의 연구과정과 성격
            • (1) 연구의 전개과정에 대한 검토
        • 3. 국학의 발달
          • 1) 국어학
          • 2) 언어학
            • (3) 근대국어의 변화
          • 3) 지리학
            • (1) 지리학 발달의 배경
            • (2) 공간관의 변화와 지도학의 발달
            • (3) 지역연구와 계통지리학의 발달
            • (4) 자연지리학의 발달과 환경에 대한 인식
          • 4) 역사학의 발달
          • 5) 백과전서학의 발달
        • 4. 과학과 기술
          • 1) 조선 후기의 전통 과학기술
          • 2) 실제 과학기술의 발달상태
          • 3) 근대 과학기술의 수용-실학과 과학기술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1. 문학
          • 1) 국문시가와 한시
            • (1) 시조
            • (2) 가사
          • 2) 서사문학
            • (1) 한문소설
            • (2) 국문소설
        • 2. 미술
          • 1) 회화
            • (2) 새로운 화법의 수용과 전개
          • 2) 서예
          • 3) 조각
            • (1) 홍성기의 조각
          • 4) 공예
            • (1) 도자공예
            • (2) 목칠공예
          • 5) 건축
        • 3. 음악
          • 1) 궁중음악의 변천과 새 경향
          • 2) 민속악과 민간풍류의 새로운 전통
            • (1) 성악의 발전
            • (2) 기악의 발전
          • 3) 악조와 음악양식 및 기보법
            • (3) 악보와 기보법의 변천
        • 4. 무용·체육 및 연극
          • 1) 무용
            • (1) 궁중무
            • (3) 민속무
          • 2) 체육
            • (1) 편사
          • 3) 연극
            • (1) 산대나희
            • (4) 민속극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Ⅲ. 러일전쟁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Ⅲ.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나. 실학개념의 모색

 이상과 같이 실학에 관한 연구가 전개되던 과정에서 실학의 개념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실학의 개념은 연구자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고 제시되었다. 이 시기 실학의 개념으로는 현실에 긴요한 시무책을 주창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했다.487) 그러나 시무책은 성리학적 단계를 비롯한 유학의 정치사상과 정치현장에서는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며, 모든 시무책은 현실문제의 타개를 목적으로 한 절실성을 가지게 마련이었다. 따라서 실학에 관한 이 개념규정은 광범위한 동의를 얻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한편 실학의 개념은 대체적으로 그 사상이 존재하던 조선 후기라는 과도기적 특성을 감안하여 전근대성과 근대성이라는 두 가지의 이질적인 시대성과「실학사상」자체가 상호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구명하려는 시각에서 검토되어 나갔다. 그리하여 1930년대의 일부 연구자들은 실학의 역사적 특성을 주목하여 실학이 근대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 개념을 규정했다. 이러한 시각의 일부를 이어받아 1960년대의 연구자 가운데 일부에서는 실학을 조선 후기「자본주의 맹아의 발생」을 반영하는 사상이거나 혹은 그러한 발전을 이끌어 준 사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경우 실학은 ‘虛學’인 성리학에 대항하는 학문이라고 적극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다른 연구자들은 실학을 왕조체제의 유지를 위한 봉건사상의 일종으로 규정짓기도 했다. 즉 실학이 비록 부분적으로는 당시의 문란한 제도의 개편 등을 논하기는 했다 하더라도, 이는 제도의 개편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지향했다기보다는 봉건적 이데올로기의 상징인 왕조체제를 유지 존속시키고자 하는 데에 궁극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주장되었고 이러한 측면에서 그 개념이 규정되었다

 이와 같은 연구의 경향은 이미 1930년대에 백남운 등에 의해 암시되기도 했지만 1970년대를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제시되었다. 한편 이 때에 이르러서는 실학이란 개념이 어느 사회에서나 등장할 수 있는 통시대적 개념인가 아니면 조선 후기의 독특한 사상경향만을 지칭하는 특수한 개념인가를 밝히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당시의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실학이란 조선 후기의 사회개혁적 사상을 뜻하는 역사용어로 고정시켜 나갔다.

 그리고 또 다른 연구자들은 실학사상에서 드러나는 과도기적 특성을 주목하여 이를 봉건사회의 해체기에 등장한「근대지향적」과도기의 사상으로 보고자 했다. 이 견해는 실학을 근대성으로 이해했던 1930년대 안재홍의 주장을 발전적으로 극복하여 실학사상을 새롭게 규정해서 ‘전근대의식에 대립하는 근대정신을, 沒民族意識에 대립하는 민족정신을 뜻한다’고 하여 실학사상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근대지향적·민족주의적 성격’임을 천명했다.488)

 이러한 실학개념 제시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개념규정이 제시된 이후 많은 연구자들은 조선 후기의 사상에서 이 기준에 의해 실학적 요소를 찾으려 했다. 그리하여 민족주의적 특성의 확인을 위해 중화문화와는 구별되는 자아인식의 존재 여부를 검출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성리학적 華夷觀에 입각하여 청국을 이적시하며 조선중심사상을 전개했던 성리학자들까지도 실학자의 범주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모든 제도개혁론은 현상타파론이므로, 봉건적 현상을 타파하고 근대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여, 성리학적 입장에서의 개혁론이 존재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몰각하고, 모든 개혁론을「실학적 개혁」=「근대적 개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실학의 범위는 거의 무한정하게 확대되어 나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의 당연한 결과로 ‘근대지향적·민족주의적’이라는 실학개념의 모호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실학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실학의 개념을 ‘脫性理學’으로 규정하고 실학을 성리학과 구별되는 독자적 사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시도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시도에서도 대체로 실학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규정되었던 근대성 내지는 민족주의적 특성이 여전히 존중되고 있었다.

 실학의 개념과 관련하여 ‘탈성리학’을 제시하는 입장에서는 실학사상의 기본적 틀로 실제성의 중시, 인식론의 경험적·실증적 특성의 강조, 자연과 인간의 분리와 인간의 자율의지 확보, 도덕윤리의 가변성에 관한 인식 및 만민평등사상으로 규정했다. 이것은 한마디로 ‘경험론적 사고에 기초한 근대철학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했다.489) 그러나 실학의 개념을 규정하는 데에 ‘탈성리학’이라는 용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를 수정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한편 198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 실학개념에 관한 이와 같은 연구의 진전을 기반으로 하여「근대지향적 성격」·「탈성리학적 성격」등에 대한 비판적 검토의 시도가 새롭게 나타났다. 이 시도와 함께 실학에서 논의되는 개혁성이나 합리성 또는 민족주의적 성격이 조선의 정통성리학에서 논하는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름이 논의되었고, 실학의 범위를「北學思想」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노력이 일어났다.490) 실학을 북학사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이 시도에서는 성리학의 본질에 해당하는 ‘性卽理’의 원칙을 부정하는 학풍이야말로 성리학과는 구별되는 실학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유형원·이익·안정복 등은 성즉리를 인정하므로 성리학자로 보아야 함을 말했다. 그리고 홍대용·박지원·박제가 및 정약용 등에 의해서 주도되던 북학사상은 ‘성즉리’라는 성리학의 기본원칙을 거부했으므로 이 북학사상만을 실학이라고 하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북학사상은 ‘주리·주기설’ 자체를 부정하는 탈성리학적 성격이 실학의 철학적 성격임을 주장했다. 여기에서 북학사상은 反淸的 華夷論의 극복을 주장하는 사상이며, 조선 정통주자학의 자기극복 과정에서 제기된 개혁사상으로 규정짓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은 종래 인간 심성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物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시도하고 그 이용을 제기했다고 보았다. 또한 그들은 주자주의적 심성론과 예론을 비판하고 利用厚生을 지향하는 실용 위주의 학문연구를 내세우면서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된 청조의 문물과 학술의 수용을 강력히 제기하게 되었던 사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북학사상만을 실학사상으로 보려는 견해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제시되었다. 이 견해는 북학자들이 성리학의 ‘성즉리’를 거부했다는 주장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이 반론은 홍대용이 성즉리를 확신하면서 이기론으로는 주기론을 주장했다는 사실과, 최한기까지도 ‘성즉리’의 견해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제로 하여 제시되었다. 그리고 실학의 개념은 주자 유일기준을 거부하고 삼대의 왕정과 같은 이상적 국가공동체를 조선 후기 사회에 실현하려던 우리 나라 전근대 국가론의 마지막 원형으로 이해하고자 했다.491)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학의 개념은 연구자나 연구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학계에서 성취한 연구의 실학개념은 다음과 같이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실학사상은 18세기 전후 조선 후기 봉건사회의 해체기에 등장한 사회개혁사상으로서, 주자 유일기준을 거부하고 원초유학의 입장에서 전개되고 있던 왕도정치론의 조선적 변용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487)韓㳓劤,<白湖 尹鑴硏究>(≪歷史學報≫15·16·19, 1961·1962) 참조.
488)千寬宇,<朝鮮後期 實學의 槪念 再檢討>(≪韓國史의 反省≫, 독서신문사, 1969).

―――,<韓國實學思想史>(≪韓國文化史大系≫Ⅵ,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70).
489)尹絲淳, 앞의 글(1987), 476쪽.
490)池斗煥, 앞의 글.
491)金泰永, 앞의 글.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