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어휘체계
근대국어 어휘체계상의 가장 큰 변화는 후기 중세국어보다도 총어휘수가 많아졌다고 하는 점이다. 이것은 후기 중세국어 어휘자료가 한정된 분야의 자료로부터 추출된 것이라는 제약성 때문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근대국어시기의 문헌에 나타나는 어휘의 특징을 보면 후기 중세국어의 총어휘의 부족을 자료상의 제약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언해문은 몇 가지로 분류되는데, 한자와 한글로 표기된 언해문과 한글로만 표기된 언해문이 그 분류 중의 하나이다. 한자와 한글로 표기된 언해문에서, 한자어들은 중세국어시대에는 한자로 표기되었던 어휘가 근대국어시기의 문헌에는 한글로 표기되는 것이 많다. 이것은 이들 한자어가 외래어라는 인식이 아니라 국어어휘라는 인식을 함으로써 생겨난 결과이다.
이 시기에는 외국어와의 접촉으로 인하여 다양한 외국어로부터의 어휘차용이 행해졌다. 중국어·만주어·일본어로부터의 차용이 두드러졌다.
중국어의 차용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중국어에서 직접 차용한 것이고, 또 하나는 서양으로부터 중국을 통해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예컨대 ‘비단·탕건·무명’ 등이 전자에 속하는 것이고 ‘自鳴鍾·千里鏡·담’ 등이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만주어의 차용으로는 ‘널쿠·소부리’ 등이 있었다. 특히 19세기 말에는 일본어의 차용이 심했다. 특히 일본어는 일본식 한자어의 차용이 극심하여,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지속되어 사용되고 있다.
고유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음운변화(예컨대 구개음화나 i움라우트 등)나 유추현상으로 인하여 체언어간이나 용언어간의 재구조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서 중세국어와는 다른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어휘의 의미변화도 일어났다. 동일한 형태를 지녔으면서도, 그 의미를 바꾼 어휘들이 많아졌다. 예컨대 ‘어리다’가 ‘어리석다’(愚)는 의미에서 ‘어리다’(幼)의 의미로 바뀐 것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洪允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