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부국강병의 토대, 조선 전기의 무기와 무예1. 부국강병의 길조선만의 독특한 화기를 완성하다

일발다전법의 개발

세종 때에는 대대적으로 화기 개량이 이루어졌다. 당시 화기 개량의 주목적은 화기에 쓰이는 화약량은 줄이면서 한 번에 여러 발의 화살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일발다전법(一發多箭法)’ 기술의 완성에 있었다.

전통적으로 화약 병기는 화약과 함께 화살 내지 탄환을 총구 쪽에서 장전한 다음 심지에 불을 직접 점화하여 발사하였는데, 재장전 후의 발사도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였다. 때문에 화기를 한 번 발사한 후 두 번째로 발사할 때까지 몇 분이 걸려 사격 속도가 극히 느릴 뿐만 아니라 일단 발사한 후 재장전하는 동안 병사가 적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취약점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동서양 모두 병사들의 훈련을 통해 재장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였고, 한꺼번에 다량의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힘썼던 것이다. 결국 이는 운용 기술(화기 사격술)의 개혁을 통해서 보완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발다전법 기술은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로 태종 때부터 고심하였으나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후 세종 때에 들어와서도 지속적인 개량 노력을 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끝에 1445년(세종 27) 3월에 마침내 표 ‘조선 초기의 소형 화기’와 같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발다전법을 완성하였던 것이다.204)

한편 세종은 화기의 개량을 통해 일발다전법을 완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화기 운용 부대를 증편하고, 화기 사격술의 개량에도 노력하였다. 1441년(세종 23) 6월에 이루어진 화기 사격술의 개혁은 사수(射手)는 사격만 맡고 다른 한 사람은 많은 시전(矢箭)을 가지고 사수를 따라 다니면서 시전을 연속 보급토록 하는 것이었다.205) 사수와 시전 보급인을 구별함으로써 이제까지 한 사람 단위로 사격할 때 지니고 있던 화살을 다 발사하고 나면 속수무책이 되어 버리는 결점을 보완하려고 하였다. 사격하는 사람과 장전하는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발사 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비단 보병뿐만 아니라 기병에게도 적용되었다. 즉 기병의 경우 사격하는 사람 뒤에 많은 양의 화살·탄환과 여분의 화기를 휴대한 사람이 뒤따라 다니면서 장전된 화기를 사격하는 사람에게 쉴 새 없이 전달하도록 한 것이었다.

<표> 조선 초기의 소형 화기
화기 명칭 전체 길이 구경 발사물
이총통(二銃筒) 44.99㎝ 26.2㎜ 소전 1발, 세장전 6발, 차세장전 9발
삼총통(三銃筒) 33.18㎝ 16.1㎜ 차중전 1발
팔전총통(八箭銃筒) 31.33㎝ 29.4㎜ 세전 8발, 차세전 12발
사전총통(四箭銃筒) 26.3㎝ 21.9㎜ 세전 4발, 차세전 6발
사전장총통(四箭長銃筒) 43.05㎝ 24.1㎜ 차소전 1발, 세장전 4발, 차세장전 6발
세총통(細銃筒) 14㎝ 8.1㎜ 차세전 1발

그러나 이와 같이 사격하는 사람과 장전하는 사람을 한 개의 사격조로 편성하는 개념은 전투원 수의 지나친 증가를 가져왔다. 따라서 1447년(세종 29) 11월에 총통군(銃筒軍)을 오(伍, 다섯 명으로 구성된 최소 군사 조직) 단위로 편성하여 사수와 장전수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사격술의 대개혁을 시도 하였다.206) 즉 화기를 사격하는 총통군 다섯 명을 한 오로 편성하여 그중 네 명은 사격만 담당하고 한 명은 장전만 맡게 하여 계속 보급토록 하였던 것이다. 또 이총통, 삼총통, 팔전총통, 사전총통, 세총통의 다섯 가지 총통은 격목(隔木)과 화약량이 각기 달라 사격할 때 화살과 격목의 대소, 화약량의 많고 적은 것을 분변하지 못하고 혼동하여 쓰기가 쉽기 때문에 한 오 내에서는 모두 같은 총통을 사용하여 이총통오(二銃筒伍), 팔전총통오(八箭銃筒伍) 등으로 구분하여 운영하였다. 그리고 한 오 내에서 장전수는 장약된 많은 총통과 장약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를 말에 싣고 따라 다니면서 보급하고, 사수는 총통 외에 궁시, 도검 등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여 사수와 장전수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삼총통>   
조선 초기부터 중기까지 사용된 개인 휴대용 화기로, 북방 경비 및 실전에 널리 사용되었다. 차중전을 발사한다.
<사전장총통>   
세종 때 개발한 개인 휴대용 화기로, 차세장전 6개, 혹은 차소전 1개를 발사할 수 있다. 성종 때 이후에는 일자총통(日字銃筒)으로 불렸다.
[필자] 박재광
204)『세종실록』 권61, 세종 15년 9월 신사 ; 권107, 세종 27년 3월 계묘.
205)『세종실록』 권93, 세종 23년 6월 무진.
206)『세종실록』 권118, 세종 29년 11월 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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