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호혼
일반적으로 戶는 戶籍을, 婚은 婚姻을 뜻한다. 이 戶婚律은 漢나라 이전에 는 아직 형률에 편입되지 않았으나, 北齊 때에 이르러 호·혼의 두 요소를 갖추게 되었고, 그후 隋의 開皇律에서 戶婚律로 바뀌어 당률에 이르러 이를 답습하였다. 그리고 고려율은 당률을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대체로 戶律은 脫稅·戶籍·耕作 등에 관한 사항을, 婚律은 혼인과 가족에 관한 사항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먼저 편호와 부역문제를 살펴보면, 고려는 인정의 다과에 따라 9등급으로 편호하여 부역을 과하고 있으며, 피역행위에 대해 형법지 호혼조에는 매우 엄격한 처벌규정을 마련하였다. 즉 고려시대는 16세 이상부터 59세까지의 장정이 국역을 지도록 되어 있었는데,370) 家長으로서 연령을 증감시키거나 식구 수를 줄인 경우에 대하여 처벌하였다. 한 사람을 줄인 경우는 도 1년, 2명에는 1년반, 5명에는 2년, 7명에는 2년반, 9명에는 3년의 징역에 각각 처하게 하였다. 그리고 里正이 부주의로 漏口·탈세·연령의 증감을 잘 파악하지 않아 과역에 지장을 초래했을 경우에 대해서도 처벌규정을 마련하였다. 이는 당 호혼률 2, 里正不覺脫漏條에 그 법원을 두고 있으나. 당률에 비해 고려율은 보다 구체적인 처벌규정을 두고 있었다. 또 차출된 丁夫나 雜匠 이 부역을 지체한 경우, 당사자들을 태형과 장형 등으로 처벌하였을 뿐 아니 라 그의 主司와 將領에게도 加 1등한다는 내용이 부기되어 있다. 이 조문의 경우 당 擅興律 23, 丁夫雜匠稽留條의 법의를 계수하였으나, 그 과형은 달리 하고 있다. 즉 당률에서 정한 것보다 죄 1등을 무겁게 하고, 태형에 있어서 도「1日 加 1等」, 장형의 경우「3日 加 1等」으로 하여 그 처벌을 도형으로 까지 연장하고 있다.
형법지 호혼조는 또 隣保와 관련하여, 隣里에서 강도를 당하고 있는데 그 정황을 알면서도 구조하지 않는 행위, 이른바「不作爲犯」에 대한 처벌규정 을 두고 있다. 이 율문은 당 捕亡律 6, 隣里被强盜條를 법원으로 하여 설정 된 율문인데, 전반적으로 당률의 과형보다 1등을 감하고 있다. 또 五保내에 서 죄를 규명하지 않고 덮어두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당 鬪訟律 59, 監 臨知犯法條의 법의를 취하였으나, 율문 자체는 고려 나름대로 간략하게 하였 다.371)
고려율 호혼조는 가족과 혼인문제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바 당률과 비교하며 살펴보기로 하자.
① 성씨가 다른 남아를 기르도록 준 자는 笞 50에, 기르는 자는 徒 1년에, 자식이 없으면서 (양자를) 버린 자는 2년의 도형에 처한다. 여아를 기르는 자는 坐罪되지 않으며, 그 버린 아이가 3세 이하이면 성씨가 다르더라도 기르는 것을 허용한다(≪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戶婚).
② 조부모와 부모가 있는데 자손이 호적과 재산을 달리하여 공양을 하지 않으면 徒 2년에, 服喪 중에 別籍을 하면 도 1년에 처한다(위와 같음).
③ ㉠ 서로 합의하여 자손을 팔아(和賣) 노비로 삼으면 도 1년에, 꾀어서 (노비로) 팔면(略賣) 도 2년에 처하며, 서로 합의하여 고의로 판 자(和而故賣)는 加 1등한다. ㉡ 서로 합의하여 親弟姪·外孫을 노비로 삼으면 도 2년반에, 꾀어서 팔면 도 3년에 처하며, 아직 팔지 않았으면 1등을 감한다. ㉢ 서로 합의하여 堂弟와 堂兄弟의 자손을 노비로 삼으면 2천 리의 유형에, 꾀어서 팔면 3천 리의 유형에 처하며, 아직 팔지 않았으면 1등을 감하고, 서로 합의하여 고의로 판 자는 1등을 가한다. 여타의 친족은 일반인과 같다(위와 같음).
④ 관노비나 사노비가 양민의 子를 꾀어내 매매하는 자가 여자인 경우 초범이면 율에 따라 처벌하고, 재범이면 귀향형에 처한다. 남자인 경우 초범이면 歸鄕刑에 처하고, 재범이면 充常戶刑에 처한다(위와 같음).
⑤ 처가 함부로 떠나가면 도 2년에, 개가하면 流 2천 리에 처한다. 첩이 함부로 떠나가면 도 1년반에, 개가하면 도 2년반에 처한다. 취한 자도 같은 죄를 주되 유부녀인줄 알지 못하였으면 죄에 처하지 않는다(위와 같음).
⑥ 군현인과 津·驛·部曲人이 결혼하여 낳은 자녀는 모두 진·역·부곡에 속하게 하고, 진·역·부곡인과 雜尺이 결혼하여 사이에 낳은 자녀는 반을 나누되 남는 수는 母에 종속시킨다(위와 같음).
① 은 양자문제와 관련된 조항으로, 이 조문은 당 호혼률 8, 養子捨去法의 법의를 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조문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았던 것으 로, 문종 22년(1068)의 制372)에서는 자식이 있거나 또는 형이나 동생에게 자식이 있는 경우와 항렬이 같지 않는 경우에는 입양이 허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보완되었다.
② 는 조부모와 부모의 생존시에 자손으로서「別籍異財」하여 공양을 하지 않는 자와 服喪 기간 중에 분가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이다. 이 조문은 당 호혼률 6, 子孫不得別籍條와 동률 居父母喪生者條의 율문과 법의를 취하였고,「供養有闕徒2年」의 한 구절은 당 鬪訟律 46, 子孫違犯敎令條에서 채입한 것이다.
③ 은 당 賊盜律 47, 略賣期親卑幼條를 법원으로 하고 율문의 일부는 동률 48, 知略和誘和同相賣條에서 취하여 성립한 조문이다. ㉠ 항은 자손을 和賣·略賣·故賣하여 노비로 하였을 때 과해진 처벌규정인데, 이 경우 행위의 객체는 자손이다. 약매하는 경우는 도 1년반에, 화매하는 경우는 도 1년에, 고매하는 자는 1등을 더하여 과죄하였다. ㉡ 항의 객체는 친동생이나 조카, 외손자이다. 약매하는 경우는 도 3년에, 화매하는 행위는 도 2년반에, 고매하 는 행위는 죄를 1등 감하였다. ㉢ 항의 객체는 종제와 종형제의 자손인데, 화매할 때는 流 2천 리에, 약매할 때는 유 3천 리에,「화이고매」하는 행위는 1등을 감한다는 내용이다. 당률에서는 期親 이하의 尊長이 卑幼를 파는 행위와 타인이 그 사정을 알고 사는 행위를 분리 설정하고 있지만, 고려율에서는 한편으로는 양자를 동일항에 수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위의 객체별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④ 는 歸鄕刑과 充常戶刑을 설정한 고려 독자적인 율이다. 이 법률은 중국의 율과는 전혀 무관한 累犯加重制度의 시행을 상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373) 입 법시기도 귀향형과 충상호형의 제정과 더불어 성종 14년(995)∼현종 7년(1016)간에 설정되었다고 짐작된다.374)
⑤ 는 군현인과 진·역·부곡인이 결혼해서 낳은 자식은 모두 진·역 부곡에 속하게 하고, 진·역·부곡인과 잡척이 결혼하여 낳은 자식은 나누고, 남는 수는 母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당률의 正條는 아니고 고려의 독특한 율로 보여진다. 군현인과 진·역·부곡인과의 혼인으로 낳은 자의 귀속에는 쌍방의 신분적 차별을 기초로 한 명료한 구분이 설정되어 있지만, 양자사이에 혼인 규제가 없었다는 점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