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형과 윤형
正刑이란 刑法總則에 해당되는 名例律 중에 설정되어 있는 笞·杖·徒·流·死 등의 5형체계를 말한다. 이 가운데 태와 장은 身體刑, 도와 유는 自由刑, 사는 生命刑이다. 이른바 5형은 고려 형벌의 핵심이며, 고려율 본조에 규정되어 있는 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려율에서는 비록 5형체계 만을 정형이라 하지만, 신라 이래 시행되었던 형벌도 이에 해당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고려 초기에는 신라 이래의 형벌체계가 지배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성종 이래 당률을 繼受한 고려율체계가 정비되면서 정형으로서 5형체계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신라 이래의 형벌도 때로는 主刑으로서 이용되기도 했다. 가령≪三國史記≫에 산견되는 棄市刑·支解刑·環刑·梟首刑·夷一族刑·伏誅刑 따위의 형벌체계가 고려에서도 시행되고 있었다.397) 이들 형벌은 모두 생명형이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위화적 전시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보통 시행되는 사형보다도 매우 잔인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고려시대의 정형은 5형체계가 그 주류라 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기시형 등의 형벌도 정형의 일부로서 시행되었다고 생각된다.
5형이 통상의 형이라면 閏刑은 특수한 형벌이다. 官人이 죄를 범하면 형의 조건부 면제규정으로, 윤형은 官當과 행정처분적 制裁의 성격을 띠고 있는 除免에 의해 5형의 賞刑을 면제하는 형벌이다. 대개 전자의 경우는 관등을 깎아서 형에 代當하거나 대당하고도 남을 때에는 贖을 받고, 후자의 경우에는 관인의 名譽刑에 해당하는 除名·免官·免所居官에 처해졌다. 이 점을 감안해 볼 때 윤형은 명예형과 재산형의 2중적 구조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398)
이와 같이 당률의 형벌체계는 이중구조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율에서도 윤형체계인 당률의 官當收贖法을 계수하여 枉法贓과 不枉法贓을 선정하여 관인 중에서도「有官品人犯者」에 한하여 이를 적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