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수희
水戱는 산대희와 같은 궁중연희로서, 산대가 육지에서 행해진 것이라면 수희는 물에 배를 띄워 놓고 그 곳에서 연행된 놀이이다. 중국에서는 魏 明帝 때 馬鈞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1063) 중국에서도 水戱를 水飾이라 하여 여러 놀이를 꾸미고 성행되었다.1064)
우리 나라의 경우는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船上演戱로서 어부생활 등을 연희화하여 관람한 것으로 보고 있다.1065)
수희가 처음 기록에 나오는 것은 예종 10년(1115) 9월이지만, 단편적 기록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의종 19년(1165) 禮成江의 사공·어부를 불러 수희를 벌이게 하여 관람하고 물건을 주었으며, 21년에는 저수지를 만들고 물가에 초가정자를 지어 그 곳에 배를 띄우고 작은 아이로 하여금 뱃노래와 고기잡이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또 왕이 타는 배는 비단으로 장식하고 假錦으로 돛을 달아 유흥에 빠졌으니 그 사치와 아름다움은 백성들을 괴롭히고 재물을 낭비한 것이라 하였다.1066)
왕이 수희를 보고자 하여 내시 朴懷俊 등에게 명하여 50여 척의 배에 모두 彩帆을 달고 樂伎와 채붕 및 고기잡는 기구를 싣고 앞에서 유희를 벌리게 하였다. 어떤 사람이 귀신놀이를 하는데 불을 머금고 토하다가 잘못하여 한 배를 태우므로 왕이 크게 웃었다(≪高麗史≫권 122, 列傳 35, 白善淵).
위 내용을 볼 때 수희라 함은 물 위에 배를 띄워 놓고 그 곳에서 어부가를 부르거나, 고기잡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불을 머금었다가 뱉는 등, 잡희를 노는 것을 지칭한다고 하겠다. 이는 일반적 놀이라기보다는 왕을 위한 일시적인 船遊水戱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