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척초희·초인희
「擲草戱」·「草人戱」는 고려 때 여자아이들의 민속유희이다. 이것은 풀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척초희」는 여러 명이 경기형식으로 하는데 비해「초인희」는 풀각시 인형놀이로 생각된다. 척초희는 또는「鬪草戱」로서「약쑥뜯기」·「풀싸움놀이」등으로 보인다.1107) 공민왕 14년(1365) 왕이 佛福藏에서 활을 쏘고 여러 아이들의 척초희를 관람하였다고1108) 하였다.
요즈음 봄철에 풀싸움하는 놀이를 보면,1109) 논밭두렁에 많이 돋아나는 토끼풀을 뜯어다가 그 줄기를 서로 엇걸고 잡아당겨서 끊어지는 쪽의 어린이가 지게 되는 것이거나, 제비꽃이나 토끼풀을 뜯어다가 꽃망울을 서로 엇걸어 잡아당겨서 꽃이 떨어지는 것에 따라 승부를 내는 놀이라고 하였는데 이와 유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규보도 鬪草戱를 보고서 ‘투초희가 볼거리를 다툰다’고 하였다.1110)
「草人戱」는「草人童女戱」라고도 하는데 여자아이들이 두 패로 나뉘어 풀을 엮어서 인형을 가지고 노는 놀이다.≪東國歲時記≫에는「草閣氏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아가씨들이 푸른 풀을 한줌 따다가 머리채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 그것을 붙인 다음 붉은 치마를 입힌 것을 각시라 하며, 이부자리와 머리병풍을 쳐놓고 그것을 희롱하는 것을 각시놀음이라 한다(洪錫謨,≪東國歲時記≫ 三月 月內).
고려시대 초인희 역시 이와 크게 다를 바 없겠으나 여기에 연희성을 이용한 놀이로서 인형극놀이를 한 듯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의종 17년(1163)에 있었던 일로,1111) 이것을 단순한 童戱가 아닌 제의적 성격의 놀이로도 보는데,1112) 草人童女는 어느 여신격의 신상이고 婢子는 주신에 따라다니는 수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饌食几案은 祭床으로 두 패가 장난하는 장면을 신격의 재림을 추구하고 기원하는 兩派競逐戱라 하였다.
중국이나 우리의 고대 연희류에서 제의성을 갖춘 것이 있으나 초각씨희나 초인희 자체를 神格戱로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