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악곡의 음악양식
세종대에 창제된 조회아악이나 회례아악 중 대표적인 文明之曲을 분석하면, 아악의 음악양식이 쉽게 드러난다. 문명지곡은≪의례경전통해≫시악 12편 중 皇皇者華 제1·2장의 선율을 차용했다고 앞서 지적하였다.508) 문명지곡의 선율과 가사를 제시하면 다음의<보례 1>과 같다.
<보례 1>에 제시된 황황자화의 선율이 문명지곡에서 거의 그대로 차용되는데, 다음<보례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다만 문명지곡에서 청황종과 청태주가 황종과 태주로 한 옥타브 아래로 옮겨졌을 뿐이다. 그러나 새로 창제된 문명지곡의 가사는 황황자화처럼 4언 1귀의 한문시로 되었는데, 그 뜻은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공덕을 찬양한 내용이다.
황황자화나 문명지곡의 선율은 황종(c)·태주(d)·고선(e)·유빈(f#)·임종(g)·남려(a)·응종(b)·청황종(c)으로 구성되었으므로 7음음계로 구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두 악곡의 樂調는 황종을 중심음으로 삼은 궁조 즉 黃鍾宮인데, 흔히 황종궁을 正宮이라 한다고 주희는 주석을 달았다.511) 따라서 황황자화와 문명지곡이 7음음계의 황종궁이라는 사실은 첫번째 음악적 특징으로 꼽힐 수 있다.
황황자화 및 문명지곡의 가사는 한 글자에 한 음씩 붙는 一字一音式 곧 실라빅 스타일(syllabic style)로 되어 있다. 이것이 두번째 음악적 특징으로 꼽힐 수 있는데, 이것은 향약의 一字多音式 즉 멜리스마틱 스타일(melismatic style)과 대조적이다.
황황자화와 문명지곡의 악조는 모두 황종궁이므로, 두 악곡의 선율이 황종으로 시작하여 황종으로 끝났다. 두 악곡의 시작음과 종지음이 모두 황종인 점이 아악곡의 세번째 특징으로 꼽힐 수 있다. 요컨대 아악곡이 7음음계로 구성되었고, 일자일음식의 가사붙이는 법으로 되었으며, 시작음과 종지음이 같은 황종이라는 세 가지 점은 세종대 아악의 양식적 특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