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임노동의 발생
1) 농민층의 분화
조선 후기사회는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봉건적 사회질서를 부정하는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한편 그 움직임은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움직임이기도 하였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그러한 움직임은, 봉건적 경제체제로 편제되어 있던 당시의 경제구조가 동요하는 속에서 근대지향적인 자본주의적 관계가 발생함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사회에서 자본주의적 관계의 발생은 필연적이었다. 생산력이 증대하고 상품화폐경제가 활성화하는 속에서 자본이 집적되고 사회적 분업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조선 후기사회에서의 경제계의 새로운 움직임은 분명히 봉건적 경제체제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었고, 나아가서 자본주의적 관계의 발생을 위한 전제조건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관계의 발생은 일반적으로 자본의 집적뿐 아니라 賃勞動의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특히 임노동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규정하는 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물론 임노동이 광범히 존재하고 그 형태가 다양하다고 하여서 자본주의적 노동형태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전통사회에서도 임노동은 가능하고, 실제로 존재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적 노동형태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인신적 예속으로부터 해방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 보여지고 있는 임노동은 부분적이지만 생산수단과 인격적 예속에서 해방된 노동형태로의 질적 전환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것을 자본주의적 관계의 발생이란 측면에서 보아도 그리 무리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