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제어
백제의 언어자료도 고구려어 자료와 같이 한문식 고유명사와 고유어를 표기한 고유명사가 주종을 이루는데,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백제어 고유어”로 추정되는 단어의 수효는 고구려어보다 월등히 적다.
백제어에 한자어의 유입은 고구려보다 훨씬 늦었던 듯하다.≪삼국사기≫와≪삼국유사≫에 기록된 백제왕의 호칭은, 고구려의 경우와 같이, 시조로부터 한문어인 ‘王’이지만, 중국의 역사서≪周書≫異域傳 百濟條에 “王의 姓은 夫餘氏이고, 號는 於羅瑕이며 백성들은 鞬吉支이다. 두 가지 다 중국어로는 ‘王’이다. 妻는 於陸이라 부르며, 중국어로 ‘妃’란 뜻이다”라고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유어 호칭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역대 왕의 이름을 살펴보아도 한자어의 영향이 늦게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조 溫祚로부터 多婁·己婁·蓋婁·肖古·仇首·沙伴… 등등 21대 蓋鹵王(재위 455∼475년)까지의 王名은 고유어인 듯하고, 22대 文周王(재위 475∼477년)부터 시작하여 東城王(24대)·武寧王(25대)·成王(26대)… 등은 한문식 시호로 보인다. 참고로 고구려의 왕명을 보면 東明·瑠璃·大武神·閔中·慕本·太祖·次大… 등으로 2대 瑠璃만 고유어를 음역한 이름으로 추정되고 나머지는 한문식 아니면 개별 한자의 의미를 고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백제어 고유어로 그 의미까지 파악되는 단어들의 출처도 주로≪삼국사기≫지리지(권 36)이다. 백제의 신·구 지명이 “翰山縣 本百濟大山縣 景德王改名 今鴻山縣”과 같은 형식으로 수록되어 있고, 그 중 일부에서 신·구 지명이 하나는 음독표기, 다른 하나는 석독표기로 해석되어, 음독표기를 백제어 고유어로 추정하는 것이다. 위의 인용에서 ‘翰’이 ‘大’와 일치되고, 이와 같은 대응은 신라어 자료에서도 ‘韓’이 ‘大’, 또 15세기로부터 근세국어까지 존재하였던 ‘한’(大)과 일치되는 것이다. 백제어 고유어로 추정되는 그 밖의 예들은 沙(新;현대국어 ‘새’), 夫里(平野, 벌;신라어 ‘伐’), 只(城), 烏(孤, 외), 比(雨), 所比(赤;고구려어 ‘沙伏·沙非’), 陰(牙;중세국어 ‘엄’, 현대국어 ‘어금니’), 勿居(淸;현대국어 ‘맑-’), 馬老(乾, 마르-) 등이다.290)
290) | 安秉禧, 위의 글, 1007∼1010쪽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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