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도교적 기양법
도교적 양생법이 개인의 건강 향상과 무병장수를 목적으로 하였다면, 도교적 祈禳法은 병액을 제거하기 위하여 무격이나 불재와 함께 베풀어진 일종의 제사이다. 명산대첩이나 도교 제신에 제사를 드림으로써 나쁜 악귀를 쫓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도교적 기양법이 행해졌다. 도교적 기양법으로는 昭格殿의 醮禮, 瘟神祭, 厲祭, 명산대첩 기도, 성황당 기도, 逐疫驅儺와 道符神醮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격서에서 베풀었던 초제이다. 유교의 중흥과 함께 소격서 폐지의 논의가 활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중종 때 소격서가 폐지되기 이전까지 소격서에서는 전염병과 관련하여 자주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조선 전기에 도교적인 치병 기록은 매우 자주 보인다. 태조 원년(1392)에 고려 때 초제를 지내던 모든 곳을 혁파하고 단지 소격전만 두어 전통적 의식을 맡게 하였다. 이에 따라 태조 5년 정월 한양에 소격전이 건립되었다. 태종 17년(1417)에는 소격전에서 지낼 초례에 관한 규범이 확정되었다. 세종 4년에는 왕비의 병환이 잘 낫지 않자 불교적인 약사정근과 함께 소격전에서 초례를 거행하였다. 또한 세종 28년 한성부에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자 고려 숙종 때의 예를 좇아 한성 5부에서 온신제를 지내어 역귀를 내쫓고자 하였으며, 세종 32년에는 동궁이 종기병에 걸리자 불법에 의한 구병정근과 함께 종묘사직과 경내 명산대천에 기도하기도 했다. 문종 2년에는 황해도에서 악질이 유행하자 전염병을 쫓는 부적을 만들어 병을 퇴치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행사들은 조선 후기까지 왕실가족의 병이 중하고 오래 계속되었을 때나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게 되었을 때에는 무격·불재와 함께 널리 실행되었다. 한편 왕실에서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이러한 여러 방법들이 민속적인 차원에서 매우 널리 실행되었다.
<許 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