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개화자강 독립론

　독립협회는 자주독립의 본질적인 방법으로 開化自强 獨立論을 제기하였다.

　문호개방 이후 조선의 개화인사들은 문명개화를 통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고 부국강병을 통하여 자주독립을 이루려는 노선을 견지하였다. 독립협회 회원들은 대한제국의 독립이 열강의 세력균형속에서 이루어진 명목상의 독립이므로,0674) “자주독립의 主義를 가지고 만세독립을 보호할 방침에 힘쓸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독립의 방책으로 밖으로는 외교를 잘하여 열국과 선린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으로는 인민에게 실학·실업을 연구케하고, 대조선국의 문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외국 침략에 대비하여 군비를 확장하는 등 개화자강을 실현하여 자주독립의 기초를 확립해야 한다는 개화자강 독립론을 폈다.0675)

　독립신문은 조선의 자주독립을 유지하는 방책과 관련해서 침략국가를 도적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논하였다.

남의 권리 뺏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남의 나라 권리를 뺏기 좋아하는 나라도 많이 있는지라…도적의 당과 도적들이 가진 병장기의 힘을 헤아려 도적의 당보다 내가 당을 더 많이 만들고, 도적의 兵仗器보다 더 편리한 병장기를 준비하여 두어야, 설령 도적이 오더라도 방어를 할 터이오. 또 도적이 그 집에 이로운 병장기가 있고 사람이 많이 있는 줄 알면 가지를 아니할 터이라(≪독립신문≫, 1897년 8월 12일, 논설).

　이 논설을 통하여 독립협회 회원들은, 국가가 병력과 군비를 충실하게 갖추어야 외적의 침략을 방어할 수 있고, 외적의 침략을 예방할 수도 있다는 군사적 자강독립론을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서 앞서의 독립협회 회원들의 외교적 독립유지론이 군사적 자강을 도외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편 독립협회 회원들은, 국가의 독립은 전국 인민의 힘으로 되어야 하는데, 조선은 타력에 의하여 독립이 되어 이전 청국에 매어 있을 때보다 더 외국의 지휘를 받는다고 비판하고, “근일 소위 개화당이라 하는 사람들도 말로만 개화를 좋다고 하지 실상은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주선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여 비자주적인 독립과 개화를 비판하였다.0676) 그리고 그들은 한국 인민이 학문과 지식이 없고 압제정치와 청국의 간섭으로 발전하지 못했으며, 일본에 의하여 문명개화의 시초를 열었으나 인민의 깨우침 없이 무리하게 新法을 강행하여 개화에 역효과를 가져왔음을 지적하고, 청국·일본·러시아를 의지하여 보았으나 개화와 독립에 효과가 없는 이유는 “대한 인민들이 주인이 되어 가지고 일을 아니한 연고라”고 하여, 국민이 주인이 된 개화와 독립 곧 국민중심의 개화독립론을 역설하였다.0677)

　독립협회 회원들은 이와 같은 국민적 개화독립을 위해서는 전국 인민 개개인이 자주독립의 정신을 가지고, 자립적 경제생활을 하는 데서 가능하다고 보았다.0678) 그러나 현실은 국민들이 권력자·친척·遊食家族에 뜯겨 근로의욕이 상실되고 의타심이 조장되어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며,0679) 백성의 권리가 없어서 “나라 지체가 낮아져 오늘날 외국에 見侮를 하고 수치를 받으니” “자주독립하려면 먼저 백성의 권리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하였다.0680) 곧 독립협회 회원들은 국민을 계몽하고 민권을 보장하여 국민의 자주독립 정신과 경제적 자립능력을 배양함으로써 국가의 자주독립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국민적 개화자강 독립론을 주장한 것이다. 이처럼 독립협회는 자유주의 민주주의적 개혁사상으로 민중을 계몽하여 민주역량을 가진 국민의 힘으로 자주독립의 완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 창립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독립협회의 자주국권사상은 국가의 평등과 자주 및 국가주권의 확립을 통하여, 외세의 침탈로부터 국권의 상실을 막고 자주독립의 완전한 주권국가를 수립하려는 대외적인 민족주의사상이었고, 나아가 개명된 민주국민을 육성하여 민주역량을 가진 국민의 힘으로 자주국권을 확립하려 한 점에서 대내적으로 민주주의를 포괄하는 근대 민족주의사상이었다. 이와 같은 자주국권의 민족주의사상은 이론으로 뿐만 아니라 독립협회에 의하여 실천운동으로 전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