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왕 순수비

[내용]

순수(巡狩)란 황제나 왕이 영토 각지를 돌아다니며 천지 산천(天地山川)에 제사하고, 방문한 지방의 정치와 민심의 동향을 살피던 행위이다. 순수비는 왕이 순수한 것을 기념하고, 왕의 덕과 업적을 찬양하기 위한 글을 새겨 세운 비석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진흥왕이 이러한 순수비를 세웠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것은 총 4점이다. 먼저 561년(신라 진흥왕 22년)에 건립된 국보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昌寧新羅眞興王拓境碑)가 있다. 두 번째로 국보로 지정된 서울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北漢山新羅眞興王巡狩碑)가 있다. 이 비는 원래 북한산 비봉(碑峯)에 있었지만,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 보관되고 있다. 세 번째는 568년에 세워진 마운령 신라 진흥왕 순수비(磨雲嶺新羅眞興王巡狩碑)이다. 이 비는 함경남도 이원군(利原郡) 동면(東面) 운시산(雲施山) 봉우리 아래에서 발견되었는데, 현재 함경남도 함흥시(咸興市) 사포 구역 소나무동에 위치한 함흥 본궁(本宮) 본관(本館)에 보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황초령 신라 진흥왕 순수비(黃草嶺新羅眞興王巡狩碑)가 있는데, 이 비는 마운령비와 같은 해에 세워졌다. 원래 위치는 함경남도 함주군(咸州郡) 하기천면(下岐川面)의 황초령 정상이었으나, 현재 함흥역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진흥왕 순수비는 각 비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왕의 덕과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과 함께 순수를 하게 된 이유, 해당 지역에 베푸는 조치의 내역, 왕을 수행했던 인원 명단 등이 적혀 있다.

[의의]

이 비들은 진흥왕이 새로이 영토로 편입한 지역을 순수하면서 세운 비로, 진흥왕 당시 신라 영토의 확장 범위와 시기를 알려 준다. 또 순수할 때 왕을 수행했던 신하들의 명단은 당시 신라의 정치⋅군사⋅지방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