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왕

[내용]

진흥왕(眞興王)의 아버지는 입종 갈문왕(立宗葛文王)으로, 제23대 법흥왕(法興王, 재위 514~540)의 동생이다. 그의 어머니인 지소 부인(只召夫人)에 대해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는 법흥왕의 딸이라 하고 있지만,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는 모량리(牟梁里) 영사각간(英史角干)의 딸 박씨라고 하였다. 법흥왕에게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진흥왕이 왕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진흥왕은 일곱 살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기 때문에 태후(太后)인 지소 부인이 섭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삼국유사』에는 즉위할 때 나이가 열다섯 살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따라 진흥왕이 534년에 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인은 사도 부인(思道夫人) 박씨이며, 슬하에 동륜 태자(銅輪太子)와 진지왕(眞智王, 재위 576~579)을 두었다.

진흥왕은 전왕인 법흥왕이 다져 놓은 기반 위에서 신라를 크게 발전시켰다. 그는 백제 성왕(聖王, 재위 523~553)과 함께 551년(신라 진흥왕 12년) 고구려를 공격해 한강 상류 지역을 차지하였다. 곧이어 553년 백제를 공격해 한강 하류 지역까지 확보하여 한강 유역 전체를 신라의 영토로 삼으면서 한반도에서 신라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이어 562년에는 대가야(大加耶)를 정벌하여 가야 지역을 완전히 신라 영토로 삼았다. 또 진흥왕 순수비(眞興王巡狩碑)로 볼 때, 북방으로는 함경남도 함흥 지방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다.

대대적인 영토 확장과 함께 역사서 『국사(國史)』의 편찬이나 청소년 수련 조직이면서 일종의 인재 등용 제도인 화랑도(花郞徒) 창설 등 내정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또 진흥왕은 불교를 진흥시키는 데에도 크게 힘썼다. 황룡사(皇龍寺)를 창건하고 ‘왕은 곧 부처’라는 왕즉불(王卽佛) 관념을 도입하여 신라 왕실을 부처의 집안으로, 신라를 이상적인 불국토로 여기는 사상을 널리 유포하였고 불교를 크게 융성시켰다. 불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왕권을 강화하고 정치를 안정시켜 국가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던 것이다.

진흥왕 대에 신라가 발전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독자적인 연호(年號) 사용이다. 진흥왕은 551년에 개국(開國), 568년 대창(大昌), 572년 홍제(鴻濟)로 연호를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