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녹봉제의 성격
고려 녹봉제는 관리들이 職役에 종사한 데 대한 반대급부로서 국가가 응분의 대가를 지급하여 그들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생활보장제도였다. 그 지급 원칙은 현직 실직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散官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고려 녹봉제는 관료적 성격의 일면을 반영한다. 그러나 녹봉제가 현직주의 원칙에 의해서만 실시된 것은 아니다. 실직이 아닌 치사관록·검교관록·종실록·봉군록 등은 현직주의에 어긋난 것으로서, 관료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귀족적 성격의 일면을 반영한 것이다. 종실록을 제정하며 종친을 우대하고 3품 이상의 퇴직자에게 치사록을 지급하여 그들을 우대한 것이나, 후대의 일이지만 검교관록을 설정하여 勳官을 우대한 것, 宗室封君과 異姓封君을 포함하여 별도로 封君祿科를 설정한 것 등은 음서나 공음전의 지급 못지 않게 녹봉으로 귀족들의 특권을 경제적으로 보장한 고려 사회의 귀족적 성격을 보여준다. 妃主·종실·봉군·검교관·치사관 등의 특권적 귀족 신분층과 정직의 품관에게 지급된 것을 녹봉이라 하고, 하위 품외직의 吏屬이나 기타 직역에 종사하는 신분층에게 지급된 녹봉을 別賜라 하여 구별한 것도 귀족사회의 특성을 잘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崔貞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