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다원적인 의료상황
(1) 의학의 분화
가. 침구술
침구술은 이미 고려시대부터 전문분과로 발달되어 왔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이같은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조선은 건국초부터 침구전문의를 독립시켰으며, 醫科에서도 읽는 책을 달리하였다. 침구의의 경우 取才를 위해≪纂圖脈≫·≪十四經發揮≫·≪和劑指南≫ 등 일반 의학 처방서 이외에 주로≪銅人經≫·≪鍼經指南≫·≪子午流注≫·≪鍼經摘要≫등과 같은 송·원대의 침구전문의서와 외과 전문서인≪外科精要≫등을 읽어야 했다. 이러한 방서들에 의하여 침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많이 확장되었다. 세종 때의≪향약집성방≫에도 침구편에 송의 王執中이 찬한≪鍼灸資生經≫이 주로 인용되어 있으며, 송의 王惟一이 찬한≪銅人輸穴鍼灸圖經≫은 조선 전기를 통하여 널리 이용되었다.
또한 조선 전기에 들어와서는 우리 나라 사람이 침구서를 편찬할 수준에 이르렀다. 세종 때 나온 全循義의≪鍼灸擇日編集≫과 선조 때 柳成龍이 편찬한≪鍼灸要訣≫ 등이 그것이다. 이들 책은 거의 대부분이 송·원·명의 침구서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찍부터 침구 전문서가 독립되어 저술되었다는 것은 곧 이 시기 침구술의 발달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