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륵신앙
미래 구원불로서의 미륵불에 대한 신앙은 上生과 下生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미륵정토에 가서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상생신앙이며 미륵불의 출현을 고대하는 것이 하생신앙이다. 조선시대, 특히 중기 이후 크게 성행한 것은 미륵하생신앙이었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불안정하고 기존의 신념체계가 흔들릴 때 주로 메시아를 기대하는 미륵하생신앙이 유행하고0766) 있음에 비추어, 당쟁과 전란 등으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고 있던 이 시기에 미륵신앙이 고조되고 있음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신앙은 간혹 종교적 차원을 벗어나 기존 질서 및 체제의 변혁을 시도하는 정치, 사회적 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삼국시대 말에 궁예의 사례가 말해 주듯이, 미륵불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출현하고 이에 동조하는 민중이 세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숙종 때 呂還이라는 승려가 미륵시대의 도래를 예언하며 황해·강원·경기도 일대의 여러 촌락에서 무당, 아전 등 하층민을 상대로 민중봉기를 선동했던 것도0767)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미륵신앙은 이 밖에도 得男·治病·求福·守護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주술적 성격을 띠면서 조선 중·후기 사회에 민간신앙의 형태로 전개되기도 하였다. 현재에도 전국에 산재하는 미륵불상의 존재와 그 여러 가지 형태가0768) 이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