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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제목 서학
한자명 西學
유형
시대 조선 시대
관련국가 조선, 청(靑)
유의어 태서인지학(泰西人之學)
별칭•이칭

[정의]

16세기 이후 조선에 전래된 서양의 과학 기술과 천주교.

[내용]

서학은 서양으로부터 전래된 학문과 사상을 가리킨다. 16세기 말 유럽의 예수회 선교사들이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중국으로 왔다. 이들은 천주교를 효과적으로 전도하기 위해 신앙적 접근 이전에 천문, 역법, 수학 등 서양의 과학 기술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선은 중국에 사신으로 간 조선인에 의해 간접적으로 서양과 접촉할 수 있었다.

당시 중국과 조선을 지배하던 유교 사상 속에는 우주 만물의 원리와 인간 세상의 원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를 주재하는 제왕의 역할을 강조하는 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조선의 지식인들은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는 천문과 역법에 관심이 많았고, 서학을 처음 받아들이는 단계에서는 마테오 리치를 비롯한 서양 선교사들이 소개하는 정교한 천문, 역법, 세계, 우주의 이론들이 과학 기술의 관점보다 사상적 관점에서 수용되었다. 조선 정부는 서학에 담겨 있는 종교적인 부분은 탄압하면서도 기술적인 부분은 선별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17세기부터 정부는 세계 지도인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 역법서(曆法書)인 『신력효식(新曆曉式)』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18세기에는 역학(力學)에 대한 기술서인 『기기도설(奇器圖說)』을 활용하여 수원에 화성(華城)을 축성하였다.

지식인들은 서학서(西學書)를 통해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였다. 17세기 후반 김석문(金錫文)은 서학서의 영향을 받아 지전설(地轉說)을 주장하였고, 이는 18세기 실학자 홍대용(洪大容, 1731~1783)에게 영향을 미쳤다. 1769년(영조 45) 서명응(徐命膺, 1716~1787)은 사행에서 『수리정온(數理精蘊)』, 『대수표(對數表)』, 『팔선표(八線表)』, 『역상고성후편(曆象考成後編)』 등 약 500여 권의 천문⋅역학 서적을 구입해 왔다. 서학서 보급이 확대되면서 18세기 후반 다량의 서학서를 소장한 지식인도 생겨났다. 홍대용 역시 없는 서학서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서적을 소장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최신 서적을 소장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관심 있는 이들이 모이면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다. 서명응⋅서호수 부자를 비롯하여 이벽(李蘗), 정후조(鄭厚祚) 등이 교류를 통해 서학 지식을 확산시킨 대표적 인물이다. 이 외에도 황윤석, 이가환 등이 서양의 천문역산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었다. 이들은 대개 실학자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은 서양의 과학기술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취하였으나 서양 과학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어감에 따라 성리학에서 설명하는 과학적 원리들이 부정되고 보다 정밀하고 합리적인 논리로 무장된 서양 과학 이론이 이를 대체해 나갔다. 이로 인해 실학자들에게 성리학은 심성론 내지 윤리학 분야에 한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18세기 말, 한문으로 집필된 천주교 서적들이 유입되면서 이승훈(李承薰) 등 남인 계열 학자들이 책을 통해 천주교를 학문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천주교가 조선에서 자발적으로 수용되었는데, 세계사에서 선교사 파견 없이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인 곳은 한반도가 유일하다. 18세기 말 이후 천주교는 단순히 유교를 대체하는 신앙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국가의 기본 질서를 전복시킬 수 있는 혁명 사상이었다. 천주교가 가지고 있는 평등 정신은 조선에서 계급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사상으로서 기능했다. 그래서 조선 정부는 1791년(정조 15) 진산 사건(珍山事件)을 시작으로 19세기 말까지 대대적인 박해를 가했다.

19세기에 계속된 중앙 정부의 천주교 박해와 더불어 유럽 국가들의 노예 무역 등 폭력적인 교섭 태도가 알려지면서 조선 지식인들의 서양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으며 이는 서학 전반의 배척으로 이어졌다. 중앙 권력과 거리가 있었던 최한기, 이규경 등 몇몇 지식인들만이 서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을 뿐이다. 고종 1873년(고종 10) 친정(親政) 이후에야 동도서기(東道西器)적 관점에서 적극적인 문호 개방을 통해 서양의 기술만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종교로써의 천주교는 박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뿌리내려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 관련자료

ㆍ서양 과학
ㆍ서양 천문학
ㆍ서양 학문
ㆍ서학(西學)
ㆍ서학서(西學書)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