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4 전환기의 삶과 음악

02. 서양 음악의 유입

[필자] 이소영

우리나라에 서양 음악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엽부터이다. 문헌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서양 음악의 소개가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 학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었고 그것도 음악이론이란 영역에 제한된 유입이었다. 이론이 아닌 서양 노래의 유입은 가톨릭이 들어오면서 함께 보급된 성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1866년에 일어난 병인박해를 계기로 서양 음악은 일반인에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다른 통로를 통해 이 땅에 정착하게 되었다.

서양 음악이 이 땅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초기 통로는 학교와 군악대, 그리고 개신교였다. 전통적인 교육기관인 서당과 달리 근대식 교육기관으로 설립된 학교에서 아이들이 서양 음악 문법으로 만들어진 신식 노래를 배우기 시작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창가’였다. 또한, 개항 이후 입국이 자유로워진 개신교 선교사들이 교회 예배를 통해 가르친 노래는 ‘찬송가’였고 청·일 전쟁 등의 이유로 조선에 들어온 일본군인들이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군가’였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서양 음악은 종교적인 이유, 군사적인 목 적, 식민지하의 교육적인 동기 등으로 유입되었고, 양악 군악대와 같이 국가적 차원의 필요성에 의해 수용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계몽운동, 정서 함양, 근대사상 고취, 구국교육의 일환으로 그 음악이 사용되기도 하였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노골화되면서 일본인의 시선을 통해 걸러진 일본식 양악이 들어오면서 이용되었다. 즉, 서양 음악은 대·내외적인 근대화 요구과 맞물려 힘의 언어로 수용되면서 자생적인 근대화 열망을 반영하는 언어가 되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관철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두 가지 모습으로 이 땅에 유입되어, 정착하였다.

[필자]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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