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문화·예술 이야기

해설

궁궐은 전통적인 왕조사회의 최상위 건축유형이다. 궁궐에서는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정사를 의논하고, 임금을 보좌하기 위한 여러 관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임금과 왕비를 비롯한 왕실의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이들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각종 일을 돕는 이들이 일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즉 정치와 행정의 업무공간이자 왕실의 생활공간이 바로 궁궐이었다. 업무의 공간은 흔히 외전이라고 불렀고, 생활의 공간은 내전이라 하였다. 궁궐의 각종 공간은 위엄있게 구성되었고, 모두가 왕실의 법도에 맞게 행동하였다.

서울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등 많은 궁궐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조선시대에 정식 궁궐로 운영되었던 곳들이다. 그렇지만 5개 궁궐 모두가 동시에 사용된 기간은 없다. 가장 먼저 건설된 궁궐은 경복궁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창하고 지금의 서울, 즉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만든 조선의 법궁이다. 경복궁이 도시의 북편 중앙에 자리하고 그 동남편으로는 왕실의 조상을 제사지내는 종묘가, 서남편으로는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지내는 사직이 자리하였다. 이들과 육조거리와 같은 관청가, 종로에 설치된 시장, 그리고 한양 도성민들의 거주지 등을 둘러싸는 도성까지 완성됨으로써 유교주의 국가의 수도가 가져야 하는 모습을 갖추었던 것이다. 정종대에 개경으로 환도하였다가 태종에 이르러서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때 새로 창덕궁을 만들게 되면서 한양에는 복수의 궁궐이 존재하기 시작하였다. 성종대에 이르러서는 여러 대비전을 궁궐에서 모시기 위해 창덕궁 동편에 창경궁을 건축하였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모두 불타 사라졌다. 한양으로 돌아온 조선왕실은 무너진 도시와 궁궐, 종묘, 사직을 복구하기 시작하였는데, 유독 경복궁은 복구되지 않았다. 광해군은 인경궁이라는 새로운 궁궐을 만들기 시작했고 인경궁의 공사가 잘 진행되지 않자 따로 경덕궁(경희궁)을 지었다. 즉 조선후기에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동궐, 그리고 서궐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경희궁이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로 사용되었다.

고종대에는 임진왜란으로 사라진 경복궁이 복원되었고, 경운궁(덕수궁)이 조성되었다. 경복궁의 중건은 조선의 법궁을 복원하여 왕권의 위엄을 표상하려는 기획이자, 폐허로 방치되었던 한양 도성의 중심부를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한다는 도시적 의미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을미사변을 거치면서 고종은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했다가 가까운 자리에 덕수궁을 건립하여 그리로 옮겼다. 덕수궁은 이전의 궁궐들과는 달리 대한제국 황제의 궁궐로 만들어졌고 석조전과 같은 서양식의 건물도 건립되었다.

궁궐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있었다. 임금과 왕비, 왕세자, 대비들의 건물 등이다. 또한 각종 관청, 사당, 궁궐의 관리와 수비, 휴식을 관리하고 수비하는 곳, 휴식을 취하는 곳,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곳 등 수많은 기능들이 궁궐을 채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들을 꼽자면 정전, 편전, 침전을 들 수 있다. 정전은 임금이 신하들로부터 대조회를 받는 곳으로 경복궁의 근정전, 창덕궁의 인정전, 창경궁의 명정전, 경희궁의 숭정전, 그리고 덕수궁의 중화전 같은 건물들이 모두 정전이다. 평소에는 비어있지만 궁궐에서 가장 규모 있는 의식을 행할 때 사용하였다. 궁궐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그 규모도 다른 건물에 비해 큰 외전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편전은 외전의 건물 중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곳으로 임금이 평소 업무를 보는 곳이다. 임금은 매일 여기에서 상참이라는 아침 조회를 받았고, 회의, 공부 등 대부분의 일들을 처리하였다. 각 궁궐의 정전 가까이 편전을 두었는데, 경복궁 사정전, 창덕궁 선정전, 창경궁 문정전, 경희궁 자정전, 덕수궁 덕홍전이 이에 해당한다. 조선 후기에는 점차 다른 건물을 편전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하였다. 침전은 생활공간으로서 내전에 해당한다. 임금과 왕비, 왕세자와 대비들을 비롯하여 왕실의 주요 구성원들은 모두 침전에서 생활하였다. 침전은 각종 의식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경복궁의 강녕전과 교태전, 창덕궁의 대조전, 창경궁의 환경전, 경춘전, 통명전, 덕수궁의 함녕전 등이 지금 찾아가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침전들이다.

동궁은 왕세자의 거처이자 집무실이다. 보통 정전 영역의 동쪽으로 자리하였다. 대비전은 필요에 따라 그 수가 달랐다. 대비, 왕대비, 대왕대비 등 여러 어른이 궁궐 내에 있었다면 그만큼의 건물이 필요하였다. 그 밖에도 궁궐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있었다. 이들 전각은 각각의 마당을 조성하여 독립적인 구성을 하면서도, 행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구중궁궐이라 할만큼 깊고 복잡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전각이 사라져서 한적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궁궐 안에서의 업무와 생활에는 왕실의 법도라는 엄격한 기준이 있었다. 모든 행위는 국조오례의와 같은 문서로 규정되어 있었다. 신하들과 조회를 하는 세세한 과정, 왕실 가족의 성인식, 결혼, 죽음, 제사 등 통과의례의 의식들, 교육과 관계된 규정, 외국의 사신을 만나는 일, 군대를 통솔하는 일, 궁중의 잔치 등 모든 일들은 의식을 규정한 문서에 구체적인 문장으로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엄격한 궁중의 생활에는 그 반대 성격의 공간, 즉 휴식의 장소도 필요하였다. 대표적으로 창덕궁 뒤편의 후원은 법도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곳이었다.

이러한 조선의 궁궐은 고대 중국의 궁궐을 모델로 하였지만 조선 사람들의 인식과 관습에 적합한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애초에 황제의 궁궐과 왕의 궁궐이라는 위계의 차이를 가지고 있기에 건축적인 형식에 차등이 있기도 하였지만, 광활한 평지 한가운데 조성된 중국의 궁궐이 엄격한 남북의 축선과 좌우대칭의 형식을 고집한 것과는 달리, 지형에 따라 서로 다른 축선과 경관을 조성하는 모습은 조선 궁궐의 특징이다. 특히 창덕궁은 넓지 않은 땅에 조성되어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지형과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조선적인 궁궐로 발전하였다. 정전, 편전, 침전이 일직선으로 배열된 경복궁과는 달리 창덕궁은 주요 전각이 좌우로 벌려 자리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경사진 지형을 충실하게 활용하여 뛰어난 경관을 만들어 내었다. 창덕궁은 그 조선적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창덕궁의 건축수법은 이후 경희궁, 덕수궁 등 다른 궁궐들에도 유사하게 반복되었다.

온돌방을 만들어 실내공간의 난방을 하였던 건축 관습도 조선의 궁궐을 특징적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아궁이를 설치하고 아름다운 굴뚝을 세워 난방 시설로서만이 아니라 조경의 요소로도 활용한 것은 조선의 궁궐 건축가들이 창조해낸 우리 궁궐의 장면이다. 경복궁 교태전 뒤의 아미산 굴뚝, 자경전 십장생굴뚝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걸작이다.

궁궐들은 근대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경복궁을 가로막고 조선총독부 건물이 세워졌다가 근래에 철거되었고 광화문도 오랫동안 그 위치와 원형을 잃었다가 원래의 자리를 찾아 복구되었다. 침전의 수많은 건물들도 차근차근 복구되고 있다. 창덕궁의 희정당, 대조전은 원래 경복궁에 있던 건물을 옮겨 지은 채로 남아 있고, 궐내각사 영역도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복구되었다. 창경궁은 한동안 동물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경희궁은 대부분 원래의 모습을 잃었고 지금도 아주 작은 부분만 복구되었을 뿐 궁궐 영역의 상당 부분은 시가지에 편입되어 있다. 덕수궁도 여러 건물들이 남아 있지만 사라진 것들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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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