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선 일본인들은 일제의 한반도 강점으로 이어지는 침략 전쟁을 기념하는 여러 활동들을 벌였는데, 임진왜란(1592~1598) 역시 그 주요 기념 대상이었다.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중국 명나라를 치러 갈 길을 빌려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는 구실로 조선을 침략했던 전쟁이다. 한국인에게 7년간의 전쟁은 전 국토가 피폐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포로로 끌려 간 아픈 기억의 역사이다. 그런데 식민지기 일본인들은 한반도의 임진왜란 관련 유적을 방문하고 그 사진을 기념 엽서로 만들어 본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곤 했던 것이다. 이는 17~19세기 일본 민중들 사이에 임진왜란 참전 장수들의 무공을 소재로 한 설화·야담 ·소설들이 유행하고,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후 임진왜란을 '신공 황후의 삼한 정벌을 계승한 쾌거'로 높이 평가하는 국학적 인식이 널리 보급되었던 것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인들은 임진왜란을 '병합'의 전사로 재인식하고 침략을 기념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