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문화·예술 이야기
고려불화

최고의 예술성 고려불화, 700년을 견디는 비밀은?

5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려는 불교 문화가 가장 빛났던 시대입니다.

불화: 불교의 종교적 이념을 표현한 그림

그중에서도 그림으로 불교세계를 표현한 불화가 눈부시게 발전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수월관음도: 보타락가산의 관음보살과 선재동자의 모습을 주제로 그린 불화

불교의 경전 속 내용이 주를 이루는 불화 중에서도 수월관음도는 고려 시대 가장 많이 그려진 주제 중 하나입니다.
보타락가산에 머무는 관음보살과 진리를 구하는 선재동자의 모습을 기본으로 합니다.

1310년에 제작된 ‘수월관음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뮤지엄에 전시됐을 때 당시 신문기사에선 ‘모나리자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최고의 찬사를 했습니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려불화만이 가진 특징에 힌트가 있습니다.

고려불화의 특징 1 안정적인 구도, 우아하고 섬세한 표현력
고려불화의 특징 2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기법

안정적인 구도와 편안한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고 관음보살의 우아한 얼굴 표정과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데요.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기법은 독보적인 예술성을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고려불화는 어떻게 제작했을까요?

가장 두드러진 요소인 화려한 색채의 비밀은 바로 재료에 있습니다.
놀랍게도 고려불화는 몇 가지 색상만을 사용해 풍부한 색을 표현하는데요.

천연 광물을 갈아 가루를 만든 후 동물 가죽에서 추출한 접착제인 아교물과 섞어 안료를 만듭니다.

안료의 농도에 따라 진한 색에서 옅은 색까지 채색하는데요.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한 색깔 표현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찬란한 금색이 조화되어 화려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배채법(복채법): 비단 그림의 뒷면에 채색을 해 그것이 앞면에 반투명 상태로 비치게 하는 채색방식

고려불화의 제작 기법도 특별합니다.
바로 배채법, 또는 복채법이라 부르는데요.
비단의 뒷면에 물감을 칠해 앞으로 비추게 하는 기법입니다.
앞에서 색을 칠할 때보다 은은하게 표현되고 안료가 쉽게 떨어져나가지 않는 탁월한 기능도 있습니다.

고려불화의 진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작은 원 안에 1~2mm 남짓의 세밀한 나선, 살짝 내려뜬 눈의 눈썹과 잔털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졌습니다.

특히 관음보살이 몸에 걸치고 있는 옷감의 표현은 감탄을 불러 일으킵니다.
투명함을 표현하기 위해 1㎜도 채 안 되는 가는 실선을 붓으로 계속 덧 그려 넣는 방식으로 그려졌는데요.
현대에서 재현해내기 어려울 정도의 세밀함을 보여줍니다.

꼼꼼하게 그려진 다양한 문양도 고려불화의 정교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요.
무려 12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식물과 동물을 비롯해 구름과 파도 같은 문양이 다채롭습니다.

이처럼 고려불화는 금색을 비롯한 고급 안료를 사용하고 전문 화원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정교한 기법이 특징인데요.
왕실이나 귀족, 관인, 고위승려, 일반 신도들이 지원해 제작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고증된 사극 속 복식
최대한 고려 시대의 시대상을 참고해 고려인이 입었던 옷과 장신구를 재현해냈는데요.

“ 문헌 기록이나 고려도경 통해 재구성은 할 수 있지만 사실적으로 어떠했는가는 고려불화 속에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왕이나 왕실 내명부, 그 다음에 시녀들, 이런 사람들의 복식을 통해서 고상한 색상과 옷 모양을 보면서 고려 시대의 복식이 어떠한가를 재구성해주고 있어서 고려불화가 고맙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임명미 교수 / 동덕여대 명예교수

당시의 모습이 담긴 불화를 통해 고려 시대의 삶을 만나볼까요?

불화, 고려 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고려불화는 고려 시대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담고 있어서 우리에게는 매우 소중한 유산인데요.

불교의례에 사용했던 연화모양향로는 고려 시대 대표적인 금속공예품으로 고려불화 속에서 똑같은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깨끗한 물을 담는 정병인데요.
불화 속에 많이 등장하는 정병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이처럼 고려불화는 실물을 모델로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건축물도 마찬가집니다.
고려 왕궁의 모습을 본 따서 불화에 궁궐을 표현했습니다.

지붕과 기둥 사이를 받쳐주는 공포와 화려한 난간으로 장식된 팔작지붕, 그리고 지붕장식들이 세밀하게 표현됐습니다.
자세히 보면, 건물의 공포 부분과 봉정사 극락전 닫집의 공포가 닮았습니다.

고려인들의 모습을 되살리는 데에도 고려불화는 중요한 사료가 됩니다.
옷을 보면 신분의 차이가 있었는데요.
신분이 높을수록 비단옷과 화려한 수로 장식하고 높게 올린 머리에다 장신구도 화려합니다.
반면 시녀 같은 낮은 신분은 단순한 색과 간소한 댕기 차림입니다.
신분제가 엄격했던 고려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색이 찬란한 채조(采條)로 금탁(金鐸)을 매달고 향을 넣은 금낭(錦囊)을 찼으며, 이러한 패물(佩物)을 많이 찰수록 자랑스럽게 여겼다.

-서긍의 고려도경 中

고려불화는 사라져간 고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우리가 꼭 알아야할 한국사 속 문화예술 상식

1. 불화는 고려의 뛰어난 불교문화를 대표한다.
2. 고려불화는 왕실과 관인, 승려, 일반신도가 후원해서 제작됐다.
3. 고려불화가 가진 아름다움의 비결은 천연안료와 배채법이다.
4. 고려불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