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본 한국사고종과 대한제국의 개혁과 좌절3. 대한제국의 권력구조와 정치 개혁운동1) 대한제국의 정치 제도와 개혁운동

가. 재일 유학생의 입헌 정체의 이해와 정치 제도 개혁론

1897년 10월 고종의 황제 즉위와 대한제국의 출범 이후 향후 대한제국의 정체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었다. 이 시기 국가의 정체를 개혁하자는 논의는 여러 곳에서 나왔다. 당시 입헌정체에 대한 이해는 재일 유학생들이 가장 앞서 있었다.

당시 일본에 유학하고 있었던 유학생들은 1895년 4월 재일유학생친목회를 결성하고 매월 1차례씩 통상회를 개최하여 당시 현안이 되는 정세, 조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 자기들이 배운 학문을 소개하는 모임을 가졌다. 1896년 10월부터는 주제 강연도 생겨나 1897년 2월부터 정치 제도와 개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친목회 회보
출처: 한국잡지정보관

1896년 6월에 발간된 『친목회 회보』 3호에 실린 글 중에서는 유창희가 “나라는 1인의 소유물이 아니고 만인의 공중을 일컫는 것”이라고 하면서 국민의 존재와 의무를 강조했으며, 안명선은 입헌정체의 장점은 여러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인민도 자유권을 갖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사료 3-1-01〕안명선(安明善), 「정치의 득실」(1896년 6월)

“정체(政體)는 입헌정체(立憲政體), 즉 대의정치(代議政治)와 전제정체(專制政體), 즉 군주독재정치가 있으니 어느 것이 선하며 어느 것이 악하느뇨. 입헌정체는 중치정부(衆治政府)라. 인민의 자유를 공고케 하여 인민이 각각 자유의 권리를 가진 고로 불평하다 부르는 일이 없게 한다. 전제정체는 독단정부(獨斷政府)라. 독단정부의 아래에 있는 민은 자유를 얻지 못하고 상(上)에 의뢰하여 그 정치가 만일 폭학하면 불평함을 부르게 한다. 이로 보건대 입헌정체와 전제정체의 우열은 논을 기다지리 아니하려니와, 만일 전제정체라도 현명한 군주가 인정(仁政)을 편다면 정치가 잘 이루어질 것이며, 중치정부라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무주의(無主義) 무정견(無定見)하면 정법(政法)이 공정치 못하고 필경은 망하나니, 구라파 고대 로마국은 공화정치이로대 지금 쇠망하였으니 어찌 전제정치는 모두 악하며 입헌정체는 모두 선할 뿐이리요. 당국자의 선용하며 선용치 못함에 있다고 하더라”

(출전 : 대조선인일본유학생친목회 편, 『친목회 회보』 3, 21~24쪽)

또 1896년 10월 김용제는 “국가는 인류의 공중단체의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이고, 정부는 국가와 인민의 기관적 행위라고 정의하고, 정부의 의무는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고 국가와 인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김용제는 1897년 5월 「입헌정체의 대요」라는 강연을 통하여 각국의 정체와 헌법의 제정 과정을 살피면서 입헌정체의 우수성을 강조하였다. 이들 재일유학생들은 현재 대한제국이 군주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바꾸어 헌법을 국가의 기본법으로 삼아야 하며, 군주의 통수권을 인정하되, 행정부의 역할 강조, 의회의 설립, 국민 원기 배양, 국민의 권리의식 고취 등을 주장하고 있었다.

〔사료 3-1-02〕김용제(金鎔濟), 「입헌정체의 대요」(1897년 5월 2일)

“헌법의 정의란 것은 영국의 헌법학자 다이시(A. V. Dicey, 1835~1922) 씨가 말하되, 헌법은 주권의 분배 및 사용의 방법을 직접 및 간접으로 규정한 바 규칙이라 하고, (중략) 대저 주권의 분배라 하면 국가 전권이 일일 독재에 있지 아니하니 그 이유를 설명하면, 국가는 권력의 집합(集合)함에 있는 고로 권력이 집합함에 인민을 통어(統御)하는 능력이 있는 자를 국가라 하니 이들 정의에 유형∙무형의 구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오. 권력이 군주 일신에 집합할 시는 국가가 곧 군주라 할 유형인(有形人)이오. 권력이 이 이상 복합단체에 집합할 시는 국가는 무형인(無形人)이라 할 터이나, 권력이 그 일신상에 집합하는 바의 군주를 가리켜 국가의 대표자라 하는 설도 있고 또 금일 세계입헌국에서 군권을 규정한 바가 많으니(중략)

고로 입헌국의 군주는 무책임 군주라 하오. 그러나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는 즉 국무대신(國務大臣)이 지고 군주는 지지 않은 지라. 고로 입헌국 군주는 무책임이라 하니 책임은 즉 국가 정치 법률상의 책임을 말함이오. 또 입헌국의 군주는 통치권을 행하되 헌법의 조규(條規)를 따르지 않으면 불가(不可)라 하니, (중략) 이런 고로 국가주권은 헌법 이외의 권력이오. 군주주권은 헌법 이내의 권력이라. (중략)

오늘날 세계 열국의 정체를 참관함에 각자 같지 않아서 전제(專制)⋅입헌(立憲)⋅공화(共和) 세 종류의 구별이 있으나, 전제정체는 세계 열국의 5분의 1이 못되고, 5분의 4는 입헌 및 공화정체인데, 입헌 및 공화는 반드시 헌법으로써 국가를 조직하며 경국안민(經國安民)의 근본대법(根本大法)을 삼으니 어찌 강대치 아니하겠소. 하물며 헌법의 성질(性質)이 쇠약한 나라 인민으로 하여금 활동기상을 이루어 자존권리(自存權利)를 완전히 하며 애국애군(愛國愛君)의 공심(公心)을 불러 일으키겠습니까. 한심한 일이오. 금일 아국의 형세가 점점 위약하여 피로부진함에 이른 것은 모든 회원도 이미 살핀 바이어니와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 하겠소. 시세를 능히 일찍이 관찰하지 못하여 근본대법으로 국가를 조직하지 못한 이 한 점에 있으니 모든 회원은 이 대헌장(大憲章)에 불가불 미리 생각하여 아침 저녁으로 항상 연구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출전 : 대조선인일본유학생친목회 편, 『친목회 회보』 5, 58~64쪽)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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