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본 한국사형정풍속도(刑政風俗圖)를 통해 본 조선의 형정(刑政)3. 기산 김준근의 형정풍속도의 종류와 특징

3) 김준근 형정풍속도의 내용과 특징

김윤보의 형정풍속도가 화첩으로 제작된 것과는 달리 김준근의 형정풍속도는 생업, 관혼상제, 놀이, 종교 등 다양한 풍속화 가운데 부분적으로 섞여 있다. 〈표3〉처럼 현재 확인되는 형정풍속도는 각국에 약 60점가량이 파악된다. 그의 형정풍속도는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내용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내용이 많아 다양한 형정의 양상을 파악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본 12점과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의 매산 김양선 수집본 4점, 스왈른 수집본 10점, 기타 3점 등 총 29점을 중심으로 분석하기로 한다.

〈표4〉와 같이 김준근의 형정도는 형벌의 유형별로 보면 오형(6), 고문(18), 회시(3), 체포(2)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대체로 오형과 고문 등 형벌(처벌)에 관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게 파악된다. 고문 소재 그림이 비율적으로는 많지만, 그 종류는 김윤보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고문 관련 그림 가운데 〈닥장처먹이는형벌〉, 〈발가락사이에불놋는형벌〉, 〈죄인널뛰이는형벌〉 등은 문헌 자료나 김윤보의 그림에서조차 확인되지 않은 독특한 고문 형식을 담고 있어 자료적 가치가 높은 그림도 있다.

〈표4〉 김준근의 형정도 분류 현황

종류 수집 및 소장처
김양선 수집본 스왈른 수집본 국립기메동양박물관 기타
오형 태⋅장형   태장치고(96) 죄인태장맞는모양, 태장치는모양  
 
유배형     정배가는죄인, 정배가는사람  
 
사형     참형하는모양  
고문 곤장 治棍罪人(88) 곤장치고(94), 곤장치고(95)   관장
신장 刑杖治罪(91) 형추하고(98), 형문치는모양(99), 형문치고(100)    
밧줄주리       노주리트는모양
전도주리 惡刑罪人(92) 주리틀고(97) 가세주리트는모양 포청에서적토받고
닥장     닥장처먹이는형벌  
수갑     고랑채운죄인  
낙형(화형)     발가락사이에불놓는형벌  
학춤     학춤추이는죄인  
압슬     죄인널뛰이는형벌  
회시
체포
소계
회시 鳴鼓以攻(87) 죄인회시하고(93) 죄인회시하는모양  
체포   잡아들이고(91), 잡아들이는사람(91)    
소계 4 10 12 3
총계 29
* 전거 : 국립문화재연구소,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1999.;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기산 김준근 조선풍속도-매산 김양선 수집본』, 2008. 2.;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기산 김준근 조선풍속도-스왈른 수집본』, 2008. 2.; 조흥윤, 『민속에 대한 기산의 지극한 관심』, 민속원, 2004.; 심재우, 『네 죄를 고하여라』, 산처럼, 2011.; 조흥윤, 『민속에 대한 기산의 지극한 관심』, 민속원, 2004.
** ( ) 안의 숫자는 해당 자료 도판 번호임.

김준근 그림의 뚜렷한 특징은 구도에서 배경을 과감히 생략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림의 내용을 행위와 사건을 중심으로 단순하게 묘사함으로써 조선의 풍습을 비교적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따라서 회화로써 예술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이는 김윤보의 형정풍속도가 대부분 주변 환경과 함께 소재가 그려진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대조적이며, 그 제작 의도 또한 더욱 분명해진다. 또한 그의 형정풍속도에는 반드시 한자 혹은 언문으로 그림의 제목을 달아 그림의 소재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김준근은 유사하거나 비슷한 소재의 그림에도 그림의 제목을 각각 다르게 붙이기도 하였는데, 예컨대 〈죄인태장맞는모양〉, 〈태장을치는모양〉 등과 같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제목을 적은 것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두 입장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표5〉 김윤보⋅김준근의 형정풍속도의 형정 유형별 대조

번호 종류 김윤보 김준근
1 오형 8 6
2 고문 12 15
3 감옥 2 1
4 체포 및 연행 20 2
5 재판 및 정소 4
6 회시 1 3
7 검시 1 1

김윤보와 김준근의 형정풍속도의 형정 내용을 비교하면 〈표5〉와 같이 나타난다. 김준근의 형정풍속도가 전체가 아닌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형정의 비율에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오형과 고문 그림은 대체로 비슷한 숫자로 나타나지만, 체포 및 연행, 재판 및 정소 등에 관한 소재는 김윤보의 풍속화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형정도에 대한 제작자의 의도와 소비자의 요구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또한 두 화가의 형정도 화제(畵題)에서도 볼 수 있듯이 김윤보는 범죄의 내용과 처벌 등 사건의 과정을 동적으로 표현한 반면, 김준근은 주로 결과에 해당되는 형벌 자체만을 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특징도 발견된다. 특히 김준근은 화제에 ‘○○하는 모양’이라는 표현을 때때로 사용함으로써 그림의 감상자에게 그 내용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처럼 김윤보와 김준근의 형정풍속도는 소재, 화법과 채색, 그리고 배경의 유무 등 두 그림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형정의 형식과 내용 심지어 집행관의 습관적 행동 등 상당 부분은 유사한 점도 확인된다. 이러한 양상은 이들의 형정풍속도가 당대의 실제 형정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음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또한 형정풍속도의 내용이 법전을 비롯한 문헌 자료에 나타난 형정의 모습과 다른 양상도 있지만, 주요 내용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형정풍속도가 기록으로 묘사할 수 없는 형구의 모양, 의복의 형태, 건물의 모습, 인물의 행위와 표정 등을 세밀한 이미지로 제공한다는 점은 형정풍속도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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