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한반도 신탁 통치안은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의 열강, 특히 미국의 식민지 전후 처리 방안의 하나로 제기되었다.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중 한반도 신탁 통치안을 중심으로 한 전후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을 구상하였고, 연합국 전시 회담 과정에서 이러한 구상에 입각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종전 후 1945년 12월에 개최된 모스크바 삼상 회의에서 3국 외상 간에 ‘조선에 관한 결정’이 체결됨으로써 신탁 통치안은 마침내 전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약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 방안을 둘러싸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격렬한 찬⋅반탁 논쟁이 벌어졌고, 이의 실현 방안을 찾기 위하여 진행된 미⋅소 양 점령군 차원의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한반도는 분단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 글은 우선 신탁 통치안이라는 전후 한국 문제 처리 방안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국제적 협약으로서 한국인들에게 제시될 수 있었는지 살피고자 한다. 이어서 신탁 통치안이 해방 이후의 한국 정치 세력들을 분열과 대립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게 된 경위와 이에 대한 미⋅소 양 점령군 당국의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