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본 한국사한반도 신탁 통치안2.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연합국의 대한 정책과 신탁 통치안1) 미국의 전후 대한 구상과 한반도 신탁 통치안

다. 미국의 전후 세계 질서 구상과 동아시아

2차 대전 초기인 1940년과 1941년 전반기 ‘기획’의 중심 임무는 전후 미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그린 청사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미국의 세계 전략및 지역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기획에서 안출한 전후 세계 질서에 대한 구상은 한마디로 전 지구를 포괄하는 ‘대지역(Grand Area)’에 미국 지배하의 통합된 세계 경제 체제를 건설하고, 이를 유지할 새로운 국제 기구와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여기서 ‘대지역’이란 미국의 생활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서반구⋅대영 제국⋅동아시아에 한정되었다. 즉 미국과 서반구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독일에 대항할 비독일(非獨逸) 지역의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태평양 지역과 서반구를 미국 주도하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대지역이란 서반구⋅영국⋅영연방과 대영 제국의 나머지⋅네덜란드 령 동인도⋅중국⋅일본 지역을 가리킨다.

그러나 1941년 중반 이후 외교 협회와 미국 정부가 독일⋅일본⋅이탈리아의 패배를 필요하고 또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대지역은 전 지구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현존하는 대지역은 단기적 전쟁 수단 또는 방위 수단이자, 전후 통합된 세계 경제를 건설하는 데 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 협회는 국제적 정치⋅경제 제도를 가진 신세계 질서를 기획하였고, 이 기획은 미국 주도하에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통합하려는 구상이었다. 이제 전세계 통합이 외교 협회와 정부의 목표가 되었다. 이후 외교 협회와 국무부는 확장된 대지역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로 통합할 지역 전략과 최종적으로 세계 질서를 관리할 국제 통화 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 개발 은행(IBRD, International Bank of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및 국제 연합(UN, United Nations)과 같은 새로운 국제적 제도와 기구를 고안하는 데 전념하였다. 결국 이렇게 확장된 대지역은 전후 미국 주도하에 ‘자유 세계’(Free World)가 되었다.

구제국주의 체제의 식민지 분할 방식 및 강대국들 간의 세력 균형 정책과는 질적으로 다른, 단일한 세계 체제의 수립이라는 새로운 세계 전략은 그대로 미국의 전쟁 목표가 되었다. 미국의 전쟁 전략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을 창출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대지역 개념이 전후 기획가들의 사고 중심에 자리잡았을 때부터 태평양 지역은 전후 신질서를 위한 핵심 지역(a key world area)으로 간주되었다. 외교 협회의 전후 기획에서 동아시아의 전후 처리는 처음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였다. 1)

1)외교 협회는 동아시아에 큰 관심을 가졌다. 외교 협회는 록펠러 재단, 카네기 재단, 포드 재단 등과 같이 재계의 대표적 자본가 집단들이 설립한 문화⋅자선 단체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특히 기획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록펠러 재단이었다. 일반적으로 록펠러 그룹은 미국의 자본가 집단 중에서도 아시아에 가장 많은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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