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본 한국사한반도 신탁 통치안3. 모스크바 삼상 회의의 ‘조선에 관한 결정’1) 점령 직후 주한 미군 사령부의 신탁 통치안 반대 입장

나. 해방 직후 미국 정부의 한반도 신탁 통치안 정식화

미국 국무부와 육군부, 삼부 조정 위원회, 합동 참모 본부는 8월 하순부터 10월 중순에 걸쳐 신탁 통치 실시 이전에 한국에 적용될 정치⋅경제적 방침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그 논의의 결론으로 맥아더와 하지에게 전달된 것이 ’SWNCC 176/8; 한국의 미군 점령 지역 내 민간 행정에 관하여 미 육군 태평양 지구 사령관에게 하달하는 초기 기본 지령’이다. 이 문서는 남한의 점령 통치와 민정(民政)에 관한 최초의 포괄적인 정책 지침이었다. 이 문서는 1945년 10월 13일 삼부 조정 위원회가 최종 승인하였고, 10월 17일 맥아더 장군에게 전달되었다. 이하 이 문서의 내용, 관련 문서들의 작성 경위를 통하여 워싱턴의 고위 당국자들이 해방 직후 마련했던 한국 문제의 처리 방침을 살펴보자.

〔사료 3-1-01〕 ‘SWNCC 176/8; 한국의 미군 점령 지역 내 민간 행정에 관하여 미 육군 태평양 지구 사령관에게 하달하는 초기 기본 지령’ 1945. 10. 13

제1부 총괄 및 정치

2. 군사적 권한의 근거 및 범위

a. 한국에 대한 군사적 점령으로 귀하는 적국 영토의 군사적 점령자로서의 관례적인 권한이 부여된다. 이에 덧붙여 일왕의 지시로 서명된 항복 문서와 카이로 선언 및 포츠담 선언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귀하는 이들 문서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권력을 행사할 권한을 갖는다.

b. 카이로 선언의 규정에 따라 귀하의 민정 업무는, 군의 안전이 보장되는 한 최대한으로 한국을 해방된 국가로 대우하는 데 기초하여 시행될 것이다. 군사 요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귀하는 정부 직위에 가능한 많은 한국인들을 임용할 것이다. 귀하는 또한 하기 5항에 따라 일본인들도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귀하는 또한 소련군 측과의 연락 업무를 실시하기 위하여 군사적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모든 행동에서 귀하는 미국의 대한 정책, 즉 지금과 같은 미⋅소의 민간 행정 업무 담당이라는 초기의 과도적 단계로부터 미⋅영⋅중⋅소의 신탁 통치기로, 그리고 마침내는 국제 연합 회원국 자격을 갖춘 한국의 궁극적인 독립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발전을 상징하는 대한 정책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귀하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 귀하는 아래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출처: 김국태 편, 『해방 3년과 미국 I』 돌베개, 84~85쪽)

먼저 ’기본 지령’은 이 지침이 ‘일본 항복 이후 신탁 통치 수립 이전’에 한시적으로 한국의 민정에 적용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국무부는 처음부터 점령이 신탁 통치로 대체될 것임을 점령 당국에게 전달하였다. 다음으로 ’기본 지령’은 일본으로부터 한국의 완전한 정치⋅행정적 분리, 일본의 사회⋅경제⋅재정적 통제로부터 한국의 완전한 자유 획득을 민정의 주요 목표로 제시하였다. 또 ’기본 지령’은 일본 통치의 잔재와 비민주적 요소의 점진적 해소라는 단서를 달고 있으나, 위 목표의 실현을 위하여 기존의 행정 기구와 실정법 등을 활용하도록 지시하였다.

전체적으로 ’기본 지령’은 해방 이전의 정책 구상이 취하고 있는 해결 방향, 즉 한국의 일본으로부터의 분리와 점진적인 독립 획득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일본군의 항복 접수 이후 군정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항과 임무를 제시하였다. ’기본 지령’은 구체제의 해체, 한국의 정치적 독립과 한국 사회의 민주화라는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초기 민정에 구체제의 기구와 인적 자원의 부분적 활용을 제시한, 약간은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이 지침은 정부 수립 문제에서 미⋅소 군정에 의한 민간 행정 담당이라는 초기의 과도적 단계에서 미국, 영국, 중국, 소련 4대국에 의한 신탁 통치를 거쳐 독립에 이르는 점진적인 발전 경로를 제시하였다. 이것은 해방 직후 워싱턴이 구상했던 경로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미국은 해방 직후만 해도 ‘① 38도선을 중심으로 미⋅소 양군에 의한 분할 점령, ② 4대국에 의하여 중앙 집권화된 민간 행정 기구의 설치, ③ 4대국에 의한 국제 신탁 통치, ④ 독립’에 이르는 4단계의 한국 문제 처리 방안을 예상하였다.

그러나 워싱턴 당국자들은 9월 하순에 이르자 2단계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바로 신탁 통치에 관한 협상에 들어갈 것을 결정하였다. 즉 신탁 통치 이전에 군정과 다른 중앙 집권화된 민간 행정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독립 시기만 지연시킨다는 점, 아직 관련국 간에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는 점, 영국군과 중국군의 한반도 진주가 필요하다는 점, 연합국 통제 위원회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점 등, 실행상의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대신 신탁 통치에 대한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분할선을 철폐하고 신탁 통치에 대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하여 군사 점령을 통합하는 조치를 즉시 취할 것’과 ’기본 지령’에 의거하여 남한의 행정 조직을 구성함에 있어 사령관은 “그 구성원을 소련과의 합의로 전 한국에 확대시킬 수 있도록 조정해 둘 것”을 지시하였다.

즉 미국은 신탁 통치 실시 이전에 설치하기로 되어 있던 4대국으로 구성된 국제 민간 행정 기구 대신에 미⋅소 양 군정을 통합하여 과도적 행정을 펼치고, 이를 ‘가능한 빠른 시기에’ 신탁 통치 협정하의 중앙 행정 기구(中央行政機構, Central Administrative Authority)로 연결시킨다는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이러한 미국 측 결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세 가지이다.

먼저 미국은 종전 이전의 전후 기획 단계에서 구상했던 신탁 통치하의 국제 민간 행정 기구 구상을 수립하는 절차를 약간 수정한 채 점령 이후의 상황 변동에 맞추어 그대로 적용하려 하였다. 미국은 신탁 통치를 실시할 때 국제 연합의 틀을 활용하고자 하였다. 삼부 조정 위원회는 신탁 통치의 형태, 시행 조건과 방법을 결정하면서 국제 신탁 통치 제도에 관한 국제 연합 헌장에 의거하여 한국을 비전략 지역으로 분류하였다. 또 신탁 통치 조건을 총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함으로써 국제 연합의 감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방식 하에서는 한국인이 총회에 소청(訴請)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도 일정하게 인정되었다. 1) 미국은 미⋅영⋅중⋅소 4대국을 ‘국제 연합 헌장 79조가 규정하는 의미에서 한국에 직접적 이해 관계를 가진 국가’로 간주하였고, 이들이 행정 당국이 되어 신탁 통치 협정을 성립시키고, 신탁 통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결정하였다.

다음으로 점령 이후 신탁 통치 실시 이전에 행정을 담당할 기구를 4대국 국제 기구에서 미⋅소 양군의 점령 통합으로 대체한 데에서 볼 수 있듯이, 미⋅소 양군의 한반도 분할 점령을 기정사실화한 뒤에 다음 행동 방안을 모색하였다. 한반도에 대한 미⋅소의 영향력 행사가 군사 점령을 매개로 보다 직접적이고 절대적으로 행사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이후 한국 문제의 처리에 반영시킨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한의 행정 조직에서 현지 사령관은 그 권한을 소련과의 협정에 따라 전 한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그 구조를 만들 것”을 지시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남한에 수립된 군정하의 행정 기구를 이북으로 확대함으로써 분할 점령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즉 미국은 신탁 통치 실시 이전에 미국의 주도하에 미⋅소 양군의 점령을 중앙으로 집중시키고, 미국이 남한에 수립한 행정부를 토대로 중앙 집권적 행정부를 마련하겠다는 공세적인 구상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엽적인 군사적 사안 외에 점령을 중앙으로 집중시키거나 정치⋅경제 정책과 관련된 원칙적인 문제들을 미⋅소 양 점령군 사이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미국 정부도 이러한 현지 사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소련과 정부 차원의 구체적 협정 체결이, 현지의 군정 당국이나 본국이 부딪쳤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통과점이 되었다. 그리고 위의 접근 방법은 미국이 모스크바 삼상 회의에 가져간 협정 초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사료 3-1-02〕 ‘SWNCC 101/4, 삼부 조정 위원회 극동 소위 보고서’ 1945. 10. 24

문제 제기

1. 한국의 완전 독립이 이루어질 때까지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탁 통치가 수립되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 그리고 그럴 경우 이러한 신탁 통치의 형태 및 이에 따른 제반 정책을 결정할 것.

2. 이러한 신탁 통치의 한국의 군정 및 국제 연합과의 관계, 그리고 그 기능을 결정할 것.

문제와 관련된 사실들

3. 부록 ‘A’ 참조

토의 사항

4. 부록 ‘B’ 참조

결론

5. 일본 통치와 군정의 종식에 따라 한국은 국제적 신탁 통치 제도에 관한 국제 연합 헌장의 규정에 준하여 신탁 통치 지역으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며, 영토의 어느 일부분도 전략 지구로 선정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6. 미국, 영국, 소련 및 중화민국은 국제 연합 헌장 제79조의 취지에 따라 한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가’로 간주되어야 할 나라에 해당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이들 4개 국가는 한국을 관리할 규정을 포함하고 있는 국제 연합 헌장의 제79조, 제81조 및 기타 관련 조항에 따라 스스로를 공동의 ‘행정권자’로 지명하는 내용의 신탁 통치 협정에 참가하여야 할 것이다.

7. 부록 ‘C’는 한국의 국제적 신탁 통치에 관한 미국의 정책 성명으로 승인되어야 할 것이다.

건의 사항

8. 다음과 같은 사항이 건의되었다.

a. 이 보고서를 합동 참모부로 이송하여 군사적 관점의 논평을 받게 할 것

b. 삼부 조정 위원회가 상기 ‘결론’의 제5항, 제6항 및 부록 ‘C’에 포함된 정책 성명을 승인하는 대로,

 1) 이 보고서를 합참과 육군부 및 해군부에 전달하여 참고하도록 하고, 국무부에도 송부하여 그 지침으로 삼아 적절히 수행하도록 할 것.

 2) 국무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록 ‘D’에 제시된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성명을 신문에 발표할 것.

부록 ‘A’

문제와 관련된 사실들

1. 카이로 선언은 다음과 같다.

“3대 연합국은 일본의 침략을 정지시키고 이를 응징하기 위하여 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결코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으며, 영토를 확장시킬 생각도 전혀 없다.”

“전기 3대국은 한국민의 노예 상태에 유의하여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자주 독립하게 할 것을 결의한다.”

2. 소련은 1945년 8월 9일 대일 선전 포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연합국에 대한 의무에 따라 소련 정부는 연합국의 제안을 수락하였으며, 7월 26일의 연합국 선언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카이로 선언과 관련하여, 1945년 7월 26일 미⋅영⋅중 3국 정부 수뇌들 간에 발표된 포츠담 선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8) 카이로 선언의 규정은 이행될 것이며 일본의 통치는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 및 기타 우리가 정하는 군소 도서로 한정될 것이다.

3. 루즈벨트 대통령은 얄타에서 스탈린 원수에게 미국, 소련, 영국 및 중화민국에 의하여 관리되는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탁 통치의 수립을 제안하였다. 1945년 5월 28일 스탈린 원수는 홉킨스와의 대담 중에 동 제안에 동의하였다.

4. 국제 연합 헌장은 제75조, 제76조, 제77조, 제78조, 제79조, 제81조, 제84조, 제85조 및 87조에 국제적 신탁 통치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부록 'B'

토의 사항

1. 미국, 영국 및 중화민국은 카이로 선언 중에서 그들은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자주 독립하도록 할 것을 결정한다.”고 언명하였다. 소련은 대일 선전 포고 시, 카이로 선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2. 한국의 독립 시기는 정해진 바 없으나, 해방 후 가능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군정이 일본군의 무장 해제에 필요한 기간을 넘어서서 한국이 자주 독립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군정 연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려 사항으로는 (a) 군정이 한국과 같이 이전에 식민지였던 나라를 독립 국가로 전환시키는 데 불가피하게 야기되는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점들을 대처하도록 특별히 고려된 것이 아니라는 점, (b) 미국 국민은 아마도 한국의 군사적 점령이 군사적 필요에 따라 정해진 시기를 넘어서까지 연장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군사적 점령을 종식시키는 것이 바람직스럽게 생각된다.

3. 미국은 국제 연합 헌장을 준수함으로써 한국과 같은 처지에 있는 나라들에 대한 국제적 신탁 통치 제도를 지지하고 있다. 한국의 해방과 독립 실현과 관련된 내외적 요인들이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군정이 끝난 뒤에도 일종의 국제적 신탁 통치가 필요한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얄타에서 스탈린 원수에게 제시하였던 방안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 대하여 국제적 신탁 통치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신탁 통치는 미국, 소련, 영국 및 중화민국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정책이다. 나중에 스탈린 원수는 1945년 5월 28일의 홉킨스 씨와의 대담 중에 이 안에 동의하였다.

4. 그러므로 관계 4대국 모두가 이러한 제안에 동의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이러한 4대국 신탁 통치가 국제 연합과 분리되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일부가 되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만 남아 있다. 중⋅소⋅일 사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및 일본에 의한 합병 이전의 한국 조정의 불안정은 한국으로 하여금 중국과 일본 간의, 그리고 나중에는 일본과 러시아 간의 경쟁 무대가 되게 하였다. 4대 주요 연합국 간에 한국의 신탁 통치 형태에 관한 즉각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지배를 위한 경쟁 관계가 재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5. 한국은 국제 연합 헌장에 규정된 것처럼 국제적 신탁 통치 제도가 적용될 나라이다. 한국은 또한 이번 전쟁의 결과로 적국의 영토로부터 분리된 땅이며, 독립을 향한 점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곳이다. 그러나 한국은 연합국의 일원은 아니다.

6. 한국을 국제적 신탁 통치 제도하의 신탁 통치 지역으로 두고 그 어떤 부분도 전략적 대상이 되지 않게 함으로써 한국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점이 주어질 것이다.

a. 헌장은 전략적 대상이 아닌 모든 지역에 대하여, 그 신탁 통치의 조건은 총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관계국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한국에 대한 그 어떤 신탁 통치 협정도 모든 연합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협정 이행에 대한 모든 국가들의 책임이 커지게 될 것이다.

b. 헌장은 나아가서, 관리 기구로 하여금 신탁 통치 지역 주민들의 정치⋅경제⋅사회⋅교육적 진보에 관한 정기적인 연례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민은 총회와 신탁 통치 이사회가 관리 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점을 안게 될 것이다.

c. 헌장은 또한 신탁 통치 이사회가 그 어떤 신탁 통치 지역으로부터의 청원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으므로, 한국민은 관리 기구에 대한 자신들의 비판을 표명할 적절한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d. 더구나 총회와 신탁 통치 이사회는 각 신탁 통치 지역에 대한 주기적인 방문을 규정할 수도 있다.

7. 관리 당사국에게 주어지는 주요 이점은, 특별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인 한국에서 강대국들끼리 경쟁하는 대신 공동 행동을 통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더구나 국제 연합의 신탁 통치 제도와는 별도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감시 기구를 수립할 때 따르는 난점들은 회피되게 될 것이며, 또한 국제 연합의 산하 기관과 맞먹을 만큼의 책임이 부여된 국제 기구를 별도로 구성하는 데에서 오는 불필요한 중복도 배제될 것이다.

8. 한국 내의 관리 기구는 헌장 제84조에 따라 지역 내에서 동 지역의 방위 및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 병력을 모집해야 할 것이다.

9. 그러나 한국에서는, 특히 지역 내의 충분한 병력이 조직되지 못할 신탁 통치의 초기에는 외국 군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4대 관리 당사국은 그러한 군대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10. 신탁 통치하에서 한국에 대한 임시적인 관리의 성공 여부는 역시 신탁 통치 협정의 조건들이 한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신탁 통치에 대하여 한국인들의 수많은 반대에 부딪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자주 독립하게 할 것이라는 카이로 선언의 공약은, 한국에 대한 신탁 통치 협정 속에 다음과 같은 규정들을 포함시킴으로써 가장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이다.

a. 한국의 독립은, 신탁 통치 기간 동안 독립 정부로서의 권한 행사가 보류된다는 조건하에 인정된다.

b. 협정에 참가하는 직접적인 관계국들은, 한국이 독립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시점에 안전 보장 이사회와 총회에서 한국의 국제 연합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임을 스스로 공약한다.

c. 한국에 대한 관리 기구의 일차적인 목적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인들로 하여금 독립의 책임과 능력을 떠맡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이 국제 연합의 일원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신탁 통치국들은 신탁 관리의 종식과 한국의 국제 연합 가입을 정당화시켜 줄 한국의 안정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한국의 내부적 조건 및 국제적 협약들을 조속히 마련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d.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관리 기구는,

 (1) 한국인들을 최대한 임용할 것이며,

 (2) 한국인들로 하여금 독립 국가로서의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것이며,

 (3) 적절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여 한국인들로 하여금 그 통치 아래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할 정부, 그리고 관리 기구가 이 지역의 안전에 대한 위협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그 권한과 책임을 이양할 수 있을 만한 정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편의에는 한국인 대표자 의회의 수립, 그리고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자유로이 표현된 한국민의 의지에 따라 국가 헌법을 제정할 제헌 의회의 구성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e. 자주 독립된 한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한국의 효율적인 관리에 필요한 입법, 집행 및 사법의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첨부 3]

부록 'C'

한국의 국제적 신탁 통치에 관한 미국의 정책

1. 한국에 대한 관리 기구의 1차적인 목적은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인들로 하여금 독립의 책임을 떠맡을 수 있게 하여 마침내는 한국으로 하여금 국제 연합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한국의 독립은 신탁 통치 기간 중 독립 정부의 권한 행사를 보류시킨다는 조건하에 인정되어야 한다. 관리 기구는 신탁 관리의 종식과 한국의 국제 연합 가입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한국의 안정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한국의 내부적 조건 및 국제적 협약을 조속히 마련하게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2. 일본 통치 및 군정의 종식에 따라 한국은, 국제적 신탁 통치 제도에 관한 국제 연합 헌장의 규정에 의거하여 신탁 통치 지역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그 영토의 어느 한 부분도 전략적 대상 지구로 정해져서는 안 된다.

3. 한국을 국제적 신탁 통치 제도에 따른 신탁 통치 지역으로 두게 하고 그 어떤 부분도 전략적 대상이 되지 않게 함으로써, 한국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득이 주어질 것이다.

a. 헌장은 전략적 대상이 아닌 모든 지역에 대한 신탁 통치의 조건에 대하여 총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관계국들에 의해 이루어진 한국에 대한 그 어떤 신탁 통치 협정도 모든 연합국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협정 이행에 대한 모든 국가들의 책임 또한 커질 것이다.

b. 나아가서 헌장은, 관리 기구에 대하여 신탁 통치 지역 주민들의 정치⋅경제⋅사회⋅교육적 진보에 관한 정기적인 연례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민은 총회 및 신탁 통치 이사회가 관리 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서 오는 이점을 얻을 것이다.

c. 헌장은 또한 신탁 통치 이사회는 그 어떤 신탁 통치 지역으로부터 올라오는 소청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으므로, 한국민은 관리 기구에 대한 자신들의 비판을 표명할 적절한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d. 더구나 총회와 신탁 통치 이사회는 각 신탁 통치 지역에 대한 정기적인 방문을 규정할 수도 있다.

4. 한국의 군정은 신탁 통치국의 공동 합의에 따라 조속히 종식되어야 하며 한국에 대한 관리 기구로 대체되어야 한다. 또한 동 관리 기구 역시 신탁 통치 협정에 따라, 한국이 독립의 책임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자진 종식되어야 한다.

5. 한국에 대한 관리 기구는 필요에 따라 입법, 집행 및 사법 권한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이 기구는 한국에서 법과 질서 및 안정을 유지하는 데 적합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6. 한국에 대한 신탁 통치 협정은, 위에 열거한 정책의 수행에 필요한 규정들 외에도 다음과 같은 명시적 사항들을 포함해야 한다.

a. 한국은 전국에 걸친 정치적, 경제적 및 재정적 정책들의 선포 및 이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중앙 집권화된 하나의 행정 기구에 의하여 단일의 정치⋅경제적 단위로서 관리되어야 한다.

b. 한국인들은 가능한 최대한으로 한국의 행정 업무에 임용되어야 하며, 그들의 책임도 점차적으로 증대되어야 한다.

c. 외국에서 환국한 한국인들은, 만일 그들이 한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자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관리 기구는 가능한 이들을 공적인 직위에 임명 또는 유임시키지 말아야 한다.

d. 한국인들로 하여금 독립 국가의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위한 적절한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e. 한국인들이 그 아래에서 삶을 영위할 자신들의 정부 형태를 결정할 수 있게 해 줄 적절한 기관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관에는 관리 기구를 조언할 한국인 대표 의회도 포함되어야 하며, 또 적당한 시기가 오면 자유로이 표현된 한국민의 의지에 따라 국가의 헌법을 제정할 제헌 의회도 포함되어야 한다.

f. 신탁 통치의 종식 및 관리 기구가 갖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한국 정부로 이양하는 문제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첨부 4]

부록 'D'

신문에 발표할 성명 내용

“카이로 선언에도 표명한 바와 같이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자주 독립하게 한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정책이다. 한국이 가능한 조속히 국제 연합의 일원으로서 적절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해 줄 책임 있는 민주적 정부를 발전시키는 일에 한국민을 지원하기 위하여,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대로 한국에 대한 신탁 통치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국제 연합의 기본 원칙에 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헌장을 비준한 바 있으므로,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이 같은 신탁 통치가 국제 연합 기구의 기본 구조 내에서 이루어짐을 믿는다. 미국은 중국과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 및 영국에 대하여 이러한 신탁 통치를 위한 공동 협정에 참가하도록 초청하였다.”

(출처: 김국태 편, 『해방 3년과 미국 I』 돌베개, 109~116쪽)

1)한국을 비전략 지역으로 상정함으로써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비전략 지역의 경우가 전략 지역의 경우보다 미국의 주도권 관철이 용이하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국제 연합 헌장에 따르면 전략 지역은 강대국이 비토권을 갖는 안전 보장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비전략 지역은 총회의 결정에 의존하였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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