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본 한국사한반도 신탁 통치안4. 모스크바 삼상 회의 결정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1) 국내 언론의 모스크바 삼상 회의 결정 보도의 전말

나. 모스크바 삼상 회의 결정 전후 『뉴욕 타임즈』의 남한 관련 기사

모스크바 삼상 회의 개최 이후 결정서가 발표되기까지 『뉴욕 타임즈』가 한국을 주제로 다룬 기사는 네 꼭지인데 모두 남한의 국내 정치 동향에 관한 것이었다. 4개의 기사는 12월 18일, 20일, 23일, 27일에 보도되었다. 3개의 기사는 한국 파견 특파원 존스턴(Richard J. H. Johnston)이 작성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사 집필자를 명기하지 않았으나 서울발 무선 송고(送稿) 기사인 것으로 보아 이 기사 역시 존스턴 기자가 작성하였을 것이다. 존스턴 기자는 하지 장군이 좋아했던 몇 안 되는 미국 기자 중의 하나였고, 이후 한국 내 반탁 운동이 반소⋅반공 운동으로 발전하는 데 일조하였던 사람이다. 그가 작성한 기사들은 1945년 말의 사태와 관련하여 일정한 암시를 줄 수도 있으므로 검토가 필요하다.

존스턴의 한국 관련 기사에서 주목할 것은 이승만의 입을 빌리는 형태를 취하였지만 이미 삼상 회의 결정이 전달되기 훨씬 이전 시점에서 한국인의 반소 태도와 국무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소개하였다는 점이다. 존스턴은 한국인들이 모스크바 삼상 회의 결정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 차례나 전하였다. 그는 12월 중⋅하순의 남한 정치 동향을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임정 계열이 힘을 얻고 있지만 서울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로, 지방에서는 하지의 인공 부인 성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공이 세력을 떨치고 있다고 적었다. 그의 남한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동아 일보』 오보가 있기 하루 전인 26일에 내보낸 기사에서, 전국적 대표성을 갖추려는 임정 계열과 조직적으로 앞서 있는 인공 계열의 ‘궁극적 충돌’을 예상하였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즈』는 삼상 회의 결정이 전달된 12월 28일에 가서야 결정서 전문의 소개와 함께 1, 4∼5, 12면에 걸쳐 결정 내용, 그 성과와 의미를 자세히 보도하였다. 주목할 것은 삼상 회의 결과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하여 트루먼 대통령이 논평을 번즈의 귀환 이후로 미룰 정도로 미국 정부 고위층의 삼상 회의 결정에 대한 초기 대응이 매우 신중했다는 점이다. 또 『뉴욕 타임즈』의 한국 관련 조항에 대한 보도는 4강대국의 5년 미만 신탁 통치하에 운영될 ‘조선 민주주의 임시 정부’의 수립, 분할 점령으로 야기된 문제들의 미소 공동 위원회를 통한 해결을 그 골자로 하였으며, 결정 내용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였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창닫기
창닫기